트럼프 “쏘리(Sorry). 이것이 내가 협상하는 방식”…미중 협상 ‘오락가락’ 비난 반박

입력 2019-08-27 11:07 수정 2019-08-27 11:58
미·중 무역협상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측이 먼저 전화를 걸어 미·중 무역협상 재개를 원한다고 밝혔으나 중국 측 일각에서는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진실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29일 미·중 정상회담 당시 상대방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이것이 내가 협상하는 방식(It’s the way I negotiate)”이라고 반박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NYT는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동료인 다른 나라 정상들과 논쟁을 벌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때로는 그가 자기 자신과 논쟁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비꼬았다. 또 “지구상에서 가장 중대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그의 접근법은 날마다, 심지어 매 시간마다 오락가락하면서 거의 모든 세계에 지정학적 피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적(enemy)’으로 규정했다. 그랬던 그가 26일엔 시 주석을 ‘위대한 지도자(a great leader)’, ‘훌륭한 사람(brilliant man)’으로 불렀다. 그의 오락가락 행보가 글로벌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NYT의 지적이다.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전날 밤 중국 관리들이 미국 측에 전화를 걸어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그들(중국)이 협상을 정말로 원하는 것을 보기는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그들(중국)이 몹시 (미·중 무역협상에) 합의하길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내가 아는 한, 최근 중국과 미국 협상대표들이 통화한 적은 없다”면서 “미·중 양측은 기술적으로 접촉을 이어오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의미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면서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도 “미·중 양측 간 전화 통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을 향해 “미안하다(Sorry)”라고 말했으나 사과의 뉘앙스는 보이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것이 내가 협상하는 방식”이라는 말은 두 번 반복했다. 그리고는 “수년 동안 이 방식으로 나는 잘해왔으며 우리나라(미국)를 위해 더 잘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포함시키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것을 발언한 것처럼 여기며,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실제 사례로 받아들인다”면서 “때로는 그는 그가 말한 것을 부인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측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 무역협상 재개 발언이 진위 공방에 휩싸이면서 미·중 무역전쟁은 또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중 무역협상이 다시 열린다고 하더라도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커 타협을 이루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행보가 계속될 경우 글로벌 경제가 더 큰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