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자담배 흡연 후 폐질환 200건 발생… FDA ‘베이핑’ 조사

입력 2019-08-27 10:17

미국에서 전자담배를 흡연하다 폐 질환으로 사망한 사례가 처음 보고됐다. 미국 보건당국은 200여건의 비슷한 질환에 대해서 원인 규명에 나섰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보건당국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에서 전자담배 베이핑(vaping) 후 심각한 폐 질환을 앓던 환자가 사망했으며 이번 사망은 청소년들과 젊은 성인들에게 인기있는 ‘흡연 대체제’와 관련된 것으로 추측한다고 발표했다. 베이핑은 전자담배를 이용해 기체화된 액상 니코틴을 흡입하는 것을 말한다.

일리노이주 의료당국 책임자인 제니퍼 레이든은 “전자담배 흡연을 하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중증 폐 질환을 앓고 입원했던 성인이 사망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사망자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지만 일리노이주에서 전자담배 흡연이 원인으로 추정될 수 있는 폐 질환으로 치료 중인 환자들의 연령대가 17∼38세라고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이후 모두 22개 주에 걸쳐 전자담배 흡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193건의 중증 폐 질환이 보고됐다. 보건당국은 의사와 병원들에 베이핑관련 폐질환 사례를 보고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명확한 공통 원인은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으나 환자들은 모두 증기로 된 니코틴이나 대마초를 흡입했다. 환자들 중 대다수는 청소년과 젊은 남성들이었다. 의료진은 환자들의 상태가 흡입손상과 유사하며 폐는 부식물질에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염병일 가능성은 배제됐다. 이들이 사용한 전자담배 상당수는 연구실에 보내졌고 질병과의 관련성에 대해 분석이 진행 중이다.

일리노이주 보건당국의 응고지 에지케 국장은 “환자들이 겪는 심각한 질병 증세를 고려할 때 전자담배와 베이핑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에 비해 위험성이 덜한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일부 제품에는 대마초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화학향료 물질과 기름을 포함한 다른 유해 물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이번에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다수의 환자들이 마리화나의 높은 유도성분인 THC가 함유된 제품들을 가지고 있었다고 CDC 관계자는 말했다.

미 베이핑협회(American Vaping Association)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건은 부패한 THC 암시장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방정부 관리들에게 베이핑에 대한 의구심을 거둘 것을 촉구했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 4월 보고서에서 전자담배 베이핑 이후 급작스러운 발작 등 응급 상황이 벌어진 35건의 사례가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2006년부터 전자담배가 유통됐는데 청소년 사이에서도 빠르게 확산하면서 지난해에는 중·고생 전자담배 흡연자가 전년보다 150만명 증가한 360만명으로 조사됐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