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일본 여성 A씨가 “살해당하는 줄 알았다”며 사건 당시 느꼈던 공포감을 털어놨다.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길 바란다고 말한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해 한일관계가 더 악화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폭행을 당할 때) 살해당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먼저 왼쪽 손을 강하게 맞았다”며 “(가해자가) 머리카락을 위아래로 심하게 흔들어댔다”고 26일 KBS에 밝혔다. 이어 “나는 한국어를 전혀 모른다. (가해자가) ‘헌팅’을 한 사실조차 사건이 생긴 후에 알았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이 각종 SNS에 공유되며 화제가 됐다. 영상은 A씨가 찍은 것으로, A씨 일행을 따라오며 위협적으로 욕을 하는 가해 남성 B씨의 모습이 담겼다. B씨는 성희롱 발언과 욕설을 하면서 A씨를 모욕했다. 분을 삭이지 못하고 A씨의 머리채를 잡기도 했다. A씨 일행에게 말을 걸었지만 무시당하자 격분해 이같은 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지난 24일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취재진에게 “(영상은) 조작된 것”이라며 “폭행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의 태도에 더욱 분노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B씨의 인터뷰를 보고) 화가 났고 억울한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다”면서 “(B씨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인정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 일행이 먼저 욕을 했다는 B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 한일 관계가 안 좋은데 다른 나라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일부러 싸움을 걸 리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B씨가 욕을 하며 쫓아오자 신변에 위협을 느껴 휴대전화로 촬영만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쫓아오는 남성을 향해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일행이 대꾸한 적은 있지만, 먼저 욕을 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A씨는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제 말을 믿어준 한국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한일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마포경찰서는 B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모욕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이다. B씨는 영상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경찰 조사 결과 조작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1·2차 피해자 조사에서 B씨가 자신의 일행을 쫓아오며 추근대 거부했더니 욕설을 퍼붓고 폭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