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왜 우경화하냐면” 김대중 전 대통령 혜안 영상

입력 2019-08-27 00:04 수정 2019-09-11 16:04
“한국은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민주주의를 일궜습니다. 한국은 이제 민주주의의 튼튼한 뿌리 위에서 세계의 큰 봉우리가 될 것입니다. 반면 일본은 민주주의를 스스로 일구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은 군국주의에 사로잡혀 급격히 우경화되고 주변국과 큰 갈등을 일으킬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6년 10월 11일 전남대에서 ‘한반도의 현실과 4대국’ 특강을 하고 있다. 광주MBC 유튜브 영상 캡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과거 대학교 강연회에서 일본의 우경화를 정확하게 예견해 화제다. 그는 징용공 판결에 발끈한 일본이 한국을 겨냥해 무역보복 도발을 한 것을 내다보기라도한 듯 군국주의에 사로잡힌 일본이 한국 등 주변국과 갈등을 빚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일본 우경화의 주된 원인으로는 민주주의 주체세력의 부재로 꼽았다.

26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DJ의 혜안’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영상은 김 전 대통령이 2006년 10월 11일 전남대에서 ‘한반도의 현실과 4대국’이라는 제목으로 개최한 강연회를 촬영한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국가발전의 기본이며 한국은 튼튼한 민주주의 국가를 국민이 스스로 일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형 민주주의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는 “백성이 주인이 돼 나라 운명을 결정하는 민주주의는 보편적인 가치”라면서 “백성이 나라를 통치할 사람을 선출하고 잘못하면 바꾸는 것, 이 민주주의 원칙은 세계 공통”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는 대가없이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민주주의는 국민의 피를 먹고 산다’고 했다”면서 “이는 우리나라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나도 사형집행 직전 살지 않았나”고 말했다.

민주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쳤고 역설적으로 이로 인해 한국의 민주주의가 튼튼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어떤 군부나 독재자도 이제는 민주주의를 안 하면 못 배기고 다신 군사쿠데타를 꿈꾸지 못한다”면서 “우리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세 번이나 독재자를 극복했다. 우리 손으로 민주주의를 반석에 올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한국과 달리 일본은 민주주의의 주체가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일본이 급격히 우경화되는 것은 일본 사람들이 스스로 민주주의를 하지 않아 민주주의의 뿌리가 약하기 때문”이라면서 “전후 군국주의에 빠졌던 일본은 갑자기 (2차 세계대전에서) 항복하고 난 뒤 맥아더의 요구에 따라 민주주의를 해야했다. 즉 일본은 민주주의 주체세력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 전체가 희생을 감수하면서 민주화 과정을 겪은 한국과 달리 일본은 별다른 노력없이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으니 군국주의 망령이 쉽게 부활했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일본에서는 과거 군국주의 세력이 부활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이 벌인 전쟁범죄조차 교육하지 않고 있다. 50~60대 이하 세대는 일본의 과거를 전혀 모른다. 조선을 점령했지만 근대화를 도왔다거나 남경대학살은 거짓말이라고 배운다. 심지어 대동아전쟁은 아시아인을 서구 식민지에서 해방시켰다고 믿을 정도”라면서 “이런 일본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갈등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민주주의는 공(空)것이 없다.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려야 한다. 그래서 마침내 국민이 동조해야 한다. 그러면 민주주의는 성공한다. 그렇게 이룩한 민주주의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외세나 우연에 의한 민주주의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강연에서 젊은이들을 향해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 감각을 간직하라 ▲모든 일을 결정할 때 세 번 생각하라 ▲외교하는 국민이 되라 등 4가지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혜안과 통찰력에 네티즌들은 “소름 돋을 정도로 명확하다”며 탄복하고 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