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부정 입시 의혹을 계기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관리 책임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교육 당국이 학종 도입부터 현재까지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한 탓에 불공정 경쟁이 펼쳐졌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주로 하는 정시 전형을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학종의 가장 중요한 서류인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사항의 최근 10여년간 변경 사항을 보면 정부가 얼마나 땜질식 처방을 내렸는지 드러난다(표 참조). 조 후보자 딸이 대학에 들어간 2010년까지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논문 등재, 도서 출간, 발명 특허, 교외 경시대외, 해외 봉사활동, 공인어학시험 등을 모두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었다.
논문 등재는 2014년부터 학생부 기재가 금지됐다. 논문이 금지되자 소논문 활동이 사교육의 마케팅으로 확대됐고 교육부는 올해부터 소논문 활동을 학생부에 쓰지 못하게 막았다. 특허나 저술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들에게 특허 획득을 도와주는 사교육이 기승을 부린 뒤인 2013년에야 금지했으며, 도서 출판 스펙은 2014년 막았다. 사교육이 대입 스펙을 개발해 부유층이 한번 활용하고 이게 중산층 이하에 전파될 때쯤 교육부가 나서서 금지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입시전문가들은 교육 당국이 정치권에 떠밀려 급하게 미국식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고, 정보 격차가 현격해진 상태에서 불공정 경쟁이 펼쳐졌다고 평가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26일 “입학사정관제 도입 초기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정보 격차가 컸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 딸 같은 사회지도층이 ‘불공정 대입 스펙’을 쌓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예가 논문 스펙이나 국제기구 인턴이다.
학종이든 입학사정관제든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하는 정성 평가다. 따라서 이런 실적들이 평가자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는지가 당락을 좌우한다. 화려한 활동이 가능한 가정환경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한 교육계 인사는 “대입 개편은 불안 심리를 증폭해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교육부는 언급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조 후보자 딸 논란으로 입시 정책의 난맥상이 일반 시민에게 깊이 각인된 이상 교육부도 책임을 피해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 딸 논란으로 입시가 불공정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입에서 정시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 역시 제기된다.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바른미래당)은 이날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조 후보자 딸) 대학 입시 관련 부분은 수시와 학종의 근본 의문 수준까지 와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2일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정시 50% 확대’를 주장하는 여당 의원에게 “전적으로 동감”이라고 동조한 뒤 정시 확대 논의가 수면으로 올라왔고 이를 이 위원장이 확인한 것이다.
교육부는 난색을 표한다. 그 파괴력 때문이다. 이는 문재인정부 핵심 교육 정책인 고교학점제를 껍데기로 만들 수도 있다. 정시가 확대되면 번거롭게 학점 따지 않고 학원에서 수능을 준비하면 된다. 고교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하는 고교학점제 취지와도 어긋난다. 교육부는 2017년과 지난해 섣부른 대입개편 논의로 혼쭐이 났다. ‘정시 30%’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어정쩡하게 논란을 덮어놨는데 조 후보자 딸 의혹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