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난타전에 세계 증시 ‘급락 쇼크’…코스닥 4%대 폭락

입력 2019-08-26 17:18 수정 2019-08-26 17:31

미·중 무역갈등이 ‘난타전’ 수준으로 치달으며 국내 증시가 다시 ‘급락 쇼크’를 맞았다. 코스피시장은 1.64% 떨어졌고, 코스닥시장은 4% 넘게 폭락했다. 코스피지수의 낙폭은 지난 5일(-7.46%)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컸다. 끝없는 악재(惡材) 속에 외국인은 한 달 가까이 ‘셀 코리아’(Sell korea)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은 달러당 7원 넘게 오르며 1217원대로 올라섰다.

코스피지수는 26일 전 거래일보다 31.99포인트(1.64%) 내린 1916.31에 장을 마치며 19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코스닥은 26.07 포인트(4.28%) 폭락한 582.91에 마감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8시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 김 차관은 “최근 대외 상황 등에 지나친 불안심리를 가지기보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금융시장이 국제 위험요인에 일시적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이를 완충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울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은 7.2원 오른 1217.8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장중 한 때 1220.8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검은 월요일(블랙 먼데이)’을 연출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2.17%)와 홍콩 항셍지수(-2.18%), 중국 상해종합지수(1.17%) 등이 줄줄이 하락했다.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린 직접 원인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는 미·중 무역분쟁이다. 지난 주말 중국은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주력 수출품(원유, 대두 등)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맞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잭슨홀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유동성 공급’ 기대감도 사그라들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의 격화로 글로벌 경기가 저점을 지나는 시점은 늦춰지고,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더 커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안전자산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서 금 1g은 전 거래일보다 3.14% 오른 6만6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여기에다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R(Recession·불황)의 공포’가 커지면서 증시 반등의 여지가 마땅치 않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코스피 지수가 1900선 아래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분간 증시 흐름은 미·중 협상 추이에 달렸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무역협상에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중국과 매우 진지한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하락세를 보이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선물 지수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중 분쟁 우려가 단기적으로 더 높아질 수 있지만 극단적 갈등으로 고조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