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후보자의 국면 전환용 정책발표…뜯어보면 죄다 재탕

입력 2019-08-26 17:13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6일 검찰 개혁 방안 등을 발표한 뒤 취재진으로부터 “여전히 과거 정책을 ‘재활용’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쏟아지는 의혹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로 정책 발표를 이어가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조 후보자는 “법무행정의 연장선상에서 겹친 게 있을지 모르겠지만, 예컨대 재산비례 벌금제 같은 건 새로운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가 “확인해 보시라”고 한 재산비례벌금제는 ‘일수벌금제’라는 이름으로 법학계는 물론 국회에서도 도입 논의가 활발했던 것이었다. 벌금액 산정 시 범죄자의 경제적 격차를 반영, 형벌 효과의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똑같은 취지였다. 일수벌금제 관련 법률안은 2009년과 2013년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폐기됐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1년에도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일수벌금제는 과제로 계속 검토하고 있었다”고 국회에서 발언했다.


그 밖의 많은 정책도 이미 대통령의 공약이나 정부의 과제로 제시됐던 것들이었다.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제기를 자제하겠다거나, 외부 법률전문가가 참여하는 ‘국가송무 상소심의위원회’를 운영해 상소(항소·상고) 기준을 정비하겠다는 정책은 2년 전과 똑같았다. 2017년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문무일 전 검찰총장도 법무부·대검찰청 합동으로 상소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국가소송, 재심 등에서 상소 남발을 지양하겠다고 밝혔었다.

사회적 약자인 피의자가 수사 단계부터 변호인의 법률적 조력을 받도록 하겠다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역시 과거에 이미 제안됐던 정책이다. 2년 전 문재인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이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등을 예로 들면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올해 도입하기로 약속했었다. 이는 법무부가 지난 3월부터 이미 2차례에 걸쳐 입법예고한 사안이기도 하다.

범죄수익 환수를 철저히 하겠다는 내용도 그간 검찰이 강조하던 것과 다르지 않다. 이미 지난해 2월 범죄수익환수과와 범죄수익환수부가 각각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됐다. 조 후보자는 “피의자 조사 전에 범죄수익을 먼저 동결하는 새로운 수사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이미 일선청에서 활용되는 기법이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기소중지자에 대해서도 추징보전이 가능하다”는 아이디어로 해외 도피 소라넷 운영자들의 국내 자산을 동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후 이는 성공적인 수사 사례로 대검에 의해 일선청에 전파됐다.

구승은 허경구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