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이 펀드에 5000만원 투자한 이유는?

입력 2019-08-26 15:19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일본의 수출 보복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출시된 시중은행의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 대일(對日) 의존도가 높은 핵심 부품·소재 산업 자립화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무려 5000만원이라는 거금을 펀드에 넣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금융상품에 가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을 방문해 소재·부품·장비 분야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인 ‘필승코리아 펀드’(NH-Amundi 필승코리아증권투자신탁 상품)에 가입했다. 해당 펀드는 NH-아문디자산운용에서 지난 14일 출시했다. 운용보수와 판매보수를 낮춰 그 수익이 기업에 돌아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운용사측에서도 운용보수의 50%를 기초과학 분야 발전을 위한 장학금 등 공익기금으로 적립해 지원하는 상품이다. 문 대통령의 펀드 가입은 개인 자금으로 이뤄졌다.


안내를 받아 상담 창구에 앉은 문 대통령은 판매직원으로 부터 펀드 상품 가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판매 직원은 문 대통령이 나이 항목을 지나치려 하자 “대통령님, 66세 아니십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웃으며 ‘만 65세란’에 체크했다. 문 대통령이 직원에게 “제가 대체로 몇 번째 가입인가요”라고 묻자, 판매 직원은 “5만 번째 정도 되기를 희망한다”고 대답했다. 이 직원은 “지금까지도 많이 가입을 하고 있는 중이어서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대통령이 가입한다면 국민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최소한 한 좌씩은 가입하지 않으실까 싶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과거 주식·펀드 투자이 경험 있는가”라는 판매 직원의 질문에 “일체 없었다”고 답했다. 예·적금 경험의 유무를 묻자 “있다”고 했다. 판매 직원은 ‘매우 높은 수준’부터 ‘매우 낮은 수준’까지 총 4단계로 이뤄진 항목을 가리키며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체크해 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그러면서 “제 생각에는 (문 대통령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그럴 수 있겠습니까”라며 손사래를 쳤다.

문 대통령에게 투자 상품의 설명을 마친 판매 직원은 전산 처리를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 준비해 둔 대통령의 저서 ‘운명’을 꺼내 보였다. 직원이 “지루할텐데 이쪽에 사인을 부탁드려도 괜찮을지 모르겠다”며 사인을 요청하자 문 대통령은 즉시 사인을 해줬다.

문 대통령은 펀드 가입 이후 농협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아시는 바와 같이 일본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우위를 배경으로 우리 주력 산업을 가로막을 수도 있는 보복조치를 취해왔다”며 “그래서 우리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는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한 대응조치로서뿐만 아니라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매우 필요한 일”이라며 “마침 그런 시기에 농협에서 펀드를 만들어줘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저도 가입해서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을 했다”며 “많은 국민들께서 함께 참여해서 힘을 보태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 펀드는 이미 성공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발전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 부담도 없지 않는데, 농협은 판매 보수, 운용 보수를 줄여서 이익이 돌아가도록 했다”며 “얻어지는 수익의 절반은 소재부품 장비에 지원하는 것으로 아주 착한 펀드”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말씀을 들어보니 아주 잘 될 것 같다. 반드시 성공시켜 많은 분들이 참여하도록 해달라”며 “앞으로 제2, 제3의 펀드가 만들어지도록 앞장서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간담회에는 김광수 농협금융지주회장, 이대훈 농협은행장을 비롯한 농협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후손인 직원 윤태일씨(음성축산물공판장의 공판장장)도 참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해 기술 국산화,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품·소재·장비 분야 국내 기업을 응원하는 민간 차원의 노력에 함께하고자 펀드 가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