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석상에 깜짝 등장한 ‘이란의 입’… “프랑스식 곡예냐” 비판도

입력 2019-08-26 14:46 수정 2019-08-26 17:19

‘이란의 입’ 모하메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이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가 열린 프랑스 휴양도시 비아리츠에 깜짝 등장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간 대화를 주선하기 위해 물밑에서 벌인 기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양국 간 접촉은 성사되지 못했다. 미국은 물론, 다른 G7 국가들 사이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이 섣부른 일을 벌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자리프 장관은 25일(현지시간) 비아리츠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과 면담하고 영국과 독일 정부 관계자들과도 접촉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모두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당사국이라는 점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리프 장관은 트위터에 “이란은 건설적 대화를 지속하기 위해 활발한 외교를 벌이고 있다”며 “앞길은 험난하지만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서방 선진국 모임인 G7에 이란 외교장관이 간 건 이례적이다.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자리프 장관의 프랑스 방문이 르드리앙 장관의 초청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자리프 장관의 깜짝 등장의 배경에 마크롱 대통령의 비밀 작전이 있었으며 G7 정상들 중 일부는 자리프 장관의 방문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유럽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리프 장관과 미국 관리 간 접촉을 주선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후 양국은 극한 대립을 이어왔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이란 핵합의 당사국으로서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미국이 비타협적 태도를 유지하면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 간 대화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이란 외교장관을 만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리프 장관의 방문 사실을 사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귀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관리들은 프랑스가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간 대화를 억지로 주선하려 한다며 불평을 해왔다고 한다.

일부 G7 국가들 사이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자리프 장관의 방문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의 한 고위 외교관은 자리프 장관의 예고되지 않은 방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감정을 자극할 수도 있었다며 “프랑스식 곡예”라고 지적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