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아닌 모든 팬이 응원한다’ 홍상삼, 1군 마운드 오르는 그날 위해

입력 2019-08-26 13:49 수정 2019-08-26 14:00

“나는 공황장애 투수입니다.”

두산 베어스 홍상삼(29)이다. 홍상삼은 25일 밤 방송된 ‘SBS 스페셜’에 등장했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닌 ‘공황 장애’와 싸우는 투사로서다.

지난 4월 17일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와 4.2이닝을 3실점으로 막아냈다.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 후 인터뷰에서 ‘타자가 아닌 나 자신과 싸우고 있다’고 고백했다. 야구팬들은 예상못한 공황장애였다.

홍상삼은 2008년 2차 드래프트 3라운드 20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제구력이 항상 문제가 되긴 했지만 150㎞가 넘는 공을 던지는 파이어볼러였다.

2009년과 2010년 각각 30경기에 출전하면서 두산 불펜의 핵심 선수로 곧바로 커나갔다. 그리고 2012년 무려 53경기에 나와 5승2패1세이브 22홀드를 올렸다. 홀드 부문 3위였다. 2013년에도 55경기나 출전했다.

그 이후 그의 출전 경기는 줄어들었다. 2014년 12경기였다. 경찰청을 다녀왔다. 제대 후 2016년 9월 우승을 향해 가던 중요한 순간 홍상삼은 제구력을 잃었고 어처구니없는 폭투를 쏟아냈다. 그해 11경기에 등판했다.

그리고 2017년 11경기, 2018년 17경기, 그리고 올해 3경기다. 그렇게 그는 2군 투수가 되어 갔다.

그렇게 잊혀가던 홍상삼이 TV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SBS 스페셜과의 인터뷰에서 홍상삼은 솔직하게 고백했다. 마운드에 오르면 심작 박동이 급격하게 빨라지고 심한 어지럼증이 동반된다고 고백했다.

처음엔 치료약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아내의 권유로 약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사의 권유로 1년 전부터 공황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공황장애와 싸우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최면 치료도 병행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SBS 스페셜에서 보여준 홍상삼의 공황장애 극복기는 눈물겨웠다. 누구나 쉽게 오르는 대형 건물 전망대에서 그는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영화 보는 것도 그에겐 엄청난 용기를 요구했다. 그리고 공황장애 탓에 1군 마운드에 가지 않으려는 모습까지 비추어졌다.

그러나 그에겐 그를 잊지 않은 두산 팬들이 있었다. 그들 가운데는 공황장애를 앓았거나 앓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홍상삼은 SBS 스페셜에서 올해 팀과의 계약이 끝난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오늘도 2군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공황장애는 흔히 ‘연예인 병’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런데 공황장애 환자가 무려 17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최근 매년 늘고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와 불안이 원인이라고 한다. 연예인 병이 아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병인 셈이다.

홍상삼 선수가 공황장애를 극복하고 1군 마운드에서 150㎞의 강속구를 다시 던지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