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한미연합 군사 훈련을 이번엔 “완전한 돈 낭비(total waste of money)”라고 표현하며 부정적 시각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또 북한의 최근 잇단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약속 위반은 아니라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둔하는 과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각차를 보이며 엇박자를 내는 것도 불사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 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한미연합군사훈련에 ‘화가 나 있었다’고 말한 뒤 “나 또한 그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 훈련에 반대할 것을 권하고 싶지만 주변에서 필요하다고 해 축소된 형태로 훈련을 진행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을 “완전한 돈낭비”라고 평가하는가 하면, 축소된 형태로 진행한 최근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솔직히 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안보 문제를 비용의 잣대로만 들이대 연합방위를 폄하하고 오히려 북한 편을 든다는 비판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나도 (연합훈련이) 마음에 든 적이 없다. 왜냐면 돈을 내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다음날은 트윗을 통해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든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에는 한미연합훈련을 ‘워게임’으로 칭하며 “내가 (백악관에) 들어온 날부터 싫어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6월말 판문점 회동에서 김 위원장과 합의한 북핵 실무협상 재개를 염두에 두고 김 위원장을 달래려는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장거리 미사일과 핵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하며 김 위원장을 두둔했다.
한미 연합훈련을 부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미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 한국이 훨씬 더 많이 내기로 합의했다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며 증액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지속적으로 깎아내리고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시험을 문제 삼지 않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포기를 설득하기 위해 김 위원장과의 외교에 막대한 정치적 자본을 투자했다”며 “최근의 미사일 시험은 협상 재개를 더 좌절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관련 발언에 대해 “동맹이 엄청난 이득을 가져준다고 생각하는 많은 전문가를 경악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