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부터 최대 과업으로 내세운 ‘개혁’을 기치로 인사청문회 난관을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후보자직을 스스로 내려놓을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한 셈이기도 하다.
조 후보자는 26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서 ‘국민을 위한 법무·검찰이 되겠다’는 제목의 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지난 20일 ‘범죄로부터의 안전’을 주제로 한 첫 번째 정책 발표에 이은 두 번째 발표다.
조 후보자는 “검찰과 함께 열린 마음으로 국회에서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검찰 개혁이 완결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의 법제화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시행령 등 부수법령을 완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신설 사안은 이미 관련 법안이 만들어져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등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사실상 행정부처의 손을 떠나 법제화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라, 신임 법무부 장관의 역할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날 발표 역시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 및 당위성을 재차 강조하며 ‘국회와 함께 노력하겠다’ 등의 다짐을 밝히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후보자는 직권 재심 청구, 친권상실 청구 등 검사의 공익적 활동을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수행하도록 해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법률보호자로서 검사의 공익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는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 국민 모두를 위해 올바르게 쓰일 수 있도록 법 제도를 만들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진정한 국민의 법무·검찰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또 피고인 재산 규모에 따라 벌금 액수에 차등을 두는 ‘재산비례 벌금제’를 도입해 벌금형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재산비례 벌금제는 벌금 일수를 먼저 정하고 여기에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한 하루 치 벌금액을 곱해 전체 벌금액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판사가 법정형에 따라 일정한 액수의 벌금형을 선고한다. 벌금을 내지 않는 경우 노역장에 유치하는데 최장 유치 기간이 정해져 있어 ‘일당’ 수억원에 노역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같은 ‘황제노역’ 논란이 일 때마다 ‘일수 벌금제’ 등 이름으로 피고인의 경제력에 따라 벌금 액수에 차이를 두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조 후보자는 “경제력에 비례해 벌금 액수가 달라지고 집행 효과를 실질적으로 거둘 수 있다”며 “500만원 이상 고액 벌금 체납자들의 황제노역을 막기 위해 벌금 집행을 위한 압수수색 허용 등 재산추적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범죄로 얻은 불법 재산을 더욱 철저히 환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 국민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되도록 자제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국가적 부패·비리 행위나 국가 발주공사 입찰 담합 등 적극적으로 손해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이외에는 국민을 상대로 한 소송 제기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조 후보자는 지난 25일 “개인 조국, 국민들의 눈높이에 부족한 점도 많지만, 심기일전해 문재인정부의 개혁임무 완수를 위해 어떤 노력이든 다하겠다”며 “저와 제 가족이 고통스럽다고 하여, 제가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도 없다”는 입장을 냈다.
자신이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권력기관 개혁의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가족을 둘러싼 의혹 확산으로 악화된 여론의 관심을 돌려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조 후보자는 여야 합의 불발로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산된다면 직접 설명할 기회를 찾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청문회 기회를 주신다면 저의 부족함과 한계를 솔직히 말씀드리면서 질책받고, 저의 생각과 소신도 설명 드리고 싶다”며 “만약 청문회가 무산된다면 여러 방법으로 직접 설명해 드릴 기회를 찾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그는 “저의 안이함과 불철저함으로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 준 대가라고 생각한다”며 “권력기관 개혁에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부(富)에 따른 교육 혜택 등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주요 문제는 간과했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