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 금융위기 수준으로 추락”, 성장률 추락 우려

입력 2019-08-26 11:00

민간투자의 성장기여도가 금융위기 수준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투자 부진이 지속되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극도로 저하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26일 ‘최근 민간투자 부진의 배경과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민간투자가 경제성장에 얼마나 공헌했는지 보여주는 민간투자 성장기여도가 2019년 상반기 -2.2% 포인트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하락했다”고 밝혔다.

민간투자의 성장기여도는 2017년 2.8% 포인트에서 2018년 -0.8% 포인트로 급락했다. 2019년 상반기에는 -2.2% 포인트로 떨어져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상반기(-2.7% 포인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민간투자가 GDP 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뜻한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최근 한국의 투자급감은 선진국의 양호한 투자증가와 대조적인 모습”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감세정책, 적극적 산업정책 등에 힘입어 민간의 혁신투자를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2018년 설비투자 증가율을 비교하면 한국은 -2.4%로 하락했지만, 미국(7.5%), EU(4.4%), 일본(4.0%) 등 주요 선진국은 4%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SGI는 최근 민간투자 부진의 3대 요인으로 ①기업소득 감소 ②수출환경 악화 ③구조조정 지연을 꼽았다. 보고서는 “기업소득은 2015~17년 평균 12.9조원에서 2018년 -35.4조원으로 급감하면서 기업의 투자여력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경우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율 간 상관관계는 0.64로 매우 높다”며 “올해 수출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지속함에 따라, 설비투자도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전기전자, 기계·운송장비 등 국내 주력산업들은 이미 성숙기에 진입하고 신성장 산업은 미흡해 한국의 투자 한계생산성은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GI는 2018년, 2019년과 같은 투자부진이 지속되고 생산성 둔화가 동시에 진행된다면 2020~2024년 잠재성장률은 올해의 절반 수준인 1.2%로 추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이후에도 잠재성장률을 올해 수준(2.5%)으로 유지하려면 연평균 4% 이상의 투자 확충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SGI는 보고서에 민간투자 확대를 위한 4대 방안으로 법인세 인하, 투자 세제지원 강화, 규제환경 개선, 경제정책의 예측가능성 제고를 제언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