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기 전 이같이 밝혔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을 여러 차례 표출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아베 총리 면전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깎아내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시험에 대해 “기쁘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그(김정은 위원장)가 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에 김 위원장으로부터 매우 훌륭한 서한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워게임’에 화가 났다는 표현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또다시 ‘워게임’으로 지칭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참모들과의 대화 내용을 설명하면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참모)들이 그것(한·미 연합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간섭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면서 “하지만 나는 그것이 완전한 돈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들은 수정된 버전의 훈련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한·미 연합훈련이 병력과 장비를 실제로 동원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지휘소 연습’ 형태로 이뤄진 것을 설명한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자신의 발언이 맞는지 확인을 구했고, 볼턴 보좌관은 “매우 많이 (훈련이) 수정됐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이) 수정된 버전이지만 나는 솔직히 그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돈 낭비”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동맹을 비용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G7 정상회의라는 국제무대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대놓고 깎아내린 것도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북한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관련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는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과 아마도 만남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아베 총리를 의식해 “나는 단거리 (미사일)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왜냐하면 단거리는 아베의 것, 그의 영토(를 위협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아베)는 (미사일로)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일본 총리가 어떻게 느낄지 이해할 수 있다”고 북한 미사일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미·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