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제2경춘국도 조성사업 중 남이섬과 자라섬 사이에 교량을 건설하는 노선안이 유력해지자 자연생태계 파괴와 선박운항 안전문제 등 악영향 우려가 곳곳에서 일고 있는 가운데 국제아동청소년도서 단체도 ‘교량건설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25일 남이섬 등에 따르면 아동청소년도서 단체인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International Board on Books for Young People)는 지난 24일 제2경춘국도 교량의 남이섬 인근 수역 관통 위험에 대한 공식 입장문을 전세계 문화·환경·교육계 인사들에게 발송해 회람시켰다.
IBBY는 1953년에 설립돼 75개국 지부에서 활동 중인 전세계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아동청소년도서 단체로 UNESCO와 UNICEF에서 공식지위를 갖고 있는 만큼 세계적 권위를 지니고 있다.
IBBY 사무국장 리즈 페이지(Liz Page·스위스)는 공식입장문을 통해 “127개국 300여만명이 찾는 남이섬은 전세계 문화인들의 정신적 고향과 같은 곳”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문화 중심지로서 매년 이 곳을 방문하는 한국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들은 독자가 되고, 평화롭게 살고, 건강하게 자라고, 강하게 성장할 권리가 있다”며 “남이섬은 전 세계인이 함께 모여 국가간 평화의 가치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곳이자 한국 내 유일한 유니세프 어린이 친화공원”이라며 남이섬을 파괴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교량 건설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자연파괴를 재촉할 것이다”라며 “건설기간 동안 지역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지역 수상 교통에도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낮과 밤의 끊임없는 교통소음으로 섬의 새, 곤충, 동물들이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오염이 증가해 메타세쿼이아 나무의 웅장한 길과 잣나무길, 단풍길 등 섬 내의 나무와 식물들도 끔찍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IBBY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도서관장, 국제문학상 심사위원장, 각 상의 수상작가, 저널리스트, 비평가, 교사, 대학교수, 사회운동가 등 전 세계 지성(知性)들이 제2경춘국도 교량의 남이섬 인근 수역 관통 시 발생될 우려에 대한 반대의사 표명도 잇따르고 있다.
엘리스 반스(Ellis Vance·미국) USBBY(미국청소년도서위원회) 사무국장은 “끔찍한 소식이다. 남이섬 세계책나라축제에 초대돼 남이섬에는 수 차례 방문해 보았는데 남이섬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어울려 마음껏 책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매력적이고, 마법같은 공간”이라며 “오염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 어린이들이 뛰어놀고,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는 환경이 교량건설로 인해 파괴될 수 있다”며 남이섬과 자라섬 사이를 지나는 제2경춘국도 교량건설 계획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예술가이자 어린이 독서 교육가인 안젤라 레베데바(Angela Lebedeva·러시아)는 “남이섬의 자연과 문화를 훼손하고 선박 안전을 위협하는 제2경춘국도 교량건설 반대서명에 참여한다”며 “남이섬은 굉장히 독특하고 매력적인 관광지로 어린이 친화공원으로 설립됐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해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할 곳이라고 생각한다. 남이섬은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한국에선 흔하지 않은 공간”이라고 전해왔다.
이 밖에도 국내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은 지난달 ‘합리적인 공공성 확보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으며, 이에 공감한 남이섬을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은 ‘남이섬 항로를 관통하는 교량 설치반대 서명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 24일 기준 총 80개국 3만5623명이 반대서명운동에 참여했다.
환경운동연합, 환경재단,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유도선안전협회, 하강레저시설협회, 한국관광유람선협회, 한국여행업협회 등 유관기관들은 “제2경춘국도가 남이섬과 자라섬을 관통하면, 남이섬 주변의 자연훼손, 관광지 파괴, 경제적 가치의 상실 등은 대한민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다시 복구할 수 없는 국제적 재난이나 다름없다”며 “무엇보다 남이섬과 근접하여 교량이 건설된다면, 다시 새롭게 자연생태환경을 소중히 지키는 문화예술관광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꿔온 50여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새로운 50여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감히 산정할 수조차 없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남이섬 관계자는 “교량이 건설된다면 국제관광지로 알려진 남이섬 주변의 자연훼손, 관광지 파괴, 경제적 가치의 상실 등은 다시 복구할 수 없는 국제적 재난이나 다름없다”며 “다시 새롭게 자연생태환경을 소중히 지키는 문화예술관광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꿔온 50여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새로운 50여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남이섬과 자라섬 사이 수역은 현재 138t(선박 길이 26.4m) 규모의 여객선을 비롯한 도선 8척이 연중무휴 매일 경기도 가평(선착장)과 강원도 춘천(남이섬) 사이를 왕복 운항하고 있다. 연평균 600여만명(1일 도선운항수 637회, 연 1만회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이 남이섬을 찾고 있다.
남이섬은 이처럼 환경을 보존하고 안심관광을 위해 온 힘을 쏟는 남이섬 수역에 교량이 설치된다면 자연생태 파괴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 발생 우려로 인해 정상적인 선박운항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평=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