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사과했지만 개혁은 완수해야 한다는 조국…펀드·학원 기부 논란도 여전

입력 2019-08-25 17:15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했다”면서도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과제를 이행하라는 국민의 뜻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딸의 특혜 논란에 자세를 낮추면서도 본인이 여전히 법무부 장관 적임자라고 강변한 것이다. 조 후보자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국민들의 판단을 받는 것”이라며 인사청문회를 빨리 열어 달라고 했다.

조 후보자는 25일 서울 종로구 현대적선빌딩의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들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혔다”며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의 지명 뒤 여러 논란이 불거졌지만 ‘송구하다’는 입장이 나온 건 처음이다. 그는 “국민 정서에 맞지 않고, 기존의 법과 제도에 따르는 것이 기득권 유지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반성했다.

조 후보자는 그러면서도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국민의 뜻과 대통령님의 국정철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개혁 임무 완수를 위해 어떤 노력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또 “저와 제 가족이 고통스럽다고 해서 제가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자신이 검찰 개혁의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인사청문회까지 가겠다고 천명한 셈이다.

조 후보자가 지난 24일 사모펀드·웅동학원과 관련한 이권을 모두 포기하겠다고 밝힌 뒤 이날 딸 문제도 사과했지만,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문턱은 아직 높아 보인다. 딸의 입시 특혜 의혹이 현재진행형인 데다 정치권에서는 사모펀드와 웅동학원에 대한 의혹도 가라앉지 못했다는 분위기가 크다.
조 후보자 가족이 거액 투자를 약정한 사모펀드는 결국 ‘가족펀드’로 판명됐고, 재정파탄 상태의 웅동학원에 대해서는 “포기한 게 없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블루코어밸류업1호’의 개인투자자 6명 중 조 후보자의 아내와 두 자녀 외에 나머지 3명도 조 후보자 처남과 두 자녀인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은 비판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한 가족이 사모펀드에 전액을 투자했고, 이 펀드는 웰스씨앤티라는 회사에 13억8000만원 ‘몰빵 투자’를 했다. 내부정보 등 웰스씨앤티와 뭔가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게 상식적인 추론”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투자자 전원이 조 후보자 가족이라면 고위 공직자의 주식 직접투자 금지 규제를 피하기 위해 간접투자를 활용했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조 후보자 측은 “법령에서는 공직자 및 가족 등에 대해 주식(직접투자)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을 뿐 펀드(간접투자)에 대한 규제는 없다”고 했지만, 사모펀드 운용사와 출자자가 모두 친족과 연관돼 있다면 직접투자의 개연성이 있어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를 의무화한 공직자윤리법에도 저촉될 수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정상 사모펀드라면 투자금을 중간에 빼기 어려운데, 후보자가 쉽게 헌납을 약속한 건 가족 예금통장인 것을 무심결에 고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웅동학원을 국가나 공익재단에 환원하겠다는 발표에 대해서도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웅동학원의 땅과 건물, 현금은 모두 130억원대지만 부채는 200억원을 넘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00억원대의 빚덩어리 사학의 빚을 국가한테 또 책임지라는 것이냐”며 “국민의 마음을 달래겠다며 내놓은 약속마저 먹튀”라고 비난했다.

허경구 심희정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