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에서 공립 장애인 특수학교가 17년여 만에 문을 연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초구 서울나래학교가 다음 달 1일 개교한다고 25일 밝혔다. 지체장애학교 66명이 이 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공립특수학교가 문을 여는 건 2002년 종로구 서울경운학교 개교 이후 17년 6개월만이다.
학교 설립 과정에 참여한 정순경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대표는 “특수학교 설립은 장애인이 우리 집 이웃이 된다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막연한 두려움을 불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나래학교는 2016년 설립계획 행정예고가 이뤄진 뒤 주민과의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 대표는 “장애학생 학부모가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호소해 논란이 됐던 강서구 특수학교보다는 주민 반대가 적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동네의 숙원 사업을 얻어내야겠다는 여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염곡동 주민 일부는 학교 설립 대신 마을의 개발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정 대표를 포함한 시민단체들은 ‘해당 요구는 특수학교를 기피시설로 보는 잘못된 인식‘이라며 대가성 요구에 합의해선 안 된다고 교육청에 항의했다.
정 대표는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은 대부분 나이가 많다”며 “과거 장애인들은 외진 데 분리돼 교육을 받았다보니 그 분들에게 장애인은 낯설고 무서운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막상 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할머니께 ‘이 동네 학생이 학교가 없어서 공부를 못 한다’고 말하면, ‘그건 안 되지, 공부는 해야지’라고 답변이 돌아오더라. 학교 설립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굉장한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서구 서진학교의 경우 주민 반대가 여전하다. 공사 항의가 매일 빗발치다보니 개교일도 내년으로 미뤄졌다”며 아쉬움도 표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