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10시간씩 책상 앞에서 1000쪽이 넘는 영어 원서와 씨름했습니다.”
전세계 품질 전문가들의 역량을 입증하는 미국품질협회(ASQ) 자격증을 9개나 보유한 박신철 삼성SDI 품질보증실 프로(51·사진)는 지난 2년여 간의 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1991년 입사 후 20년 넘게 품질 관련 업무를 해 온 그가 ASQ 주관 자격증 취득에 나선 건 2017년부터였다.
ASQ는 품질 통계 공정 관리, 품질 비용 측정 및 관리, 총 품질 경영, 실패 분석 등 품질에 관한 방법의 대부분을 만들어온 비영리단체다. 이 단체의 자격증은 국제적으로 그 신뢰도를 인정받고 있다. 그만큼 취득과정이 어려워서 ASQ의 자격증을 7~8개씩 보유한 사람은 전 세계에서 13~14명에 불과하다.
박 프로가 바쁜 일상에도 이 어려운 시험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후배 육성’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그는 2016년 삼성SDI가 사내 품질대학을 개설하자 강사로 합류해 품질 전문가 양성을 위한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강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여겼다. 박 프로는 “훌륭한 후배들을 양성하기 위해 나부터 훌륭한 선배가 돼야겠다는 생각에 공부를 하기로 다짐했다”고 전했다.
박 프로는 “책을 덮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면서 “하지만 후배들을 가르치는 강사로서 스스로 더 공부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나를 책상으로 다시 끌어당겼다”고 했다.
결국 그는 ASQ 국제품질기사(CQE)와 국제품질심사원(CQA) 자격증을 시작으로 국제신뢰성기사(CRE)와 국제소프트웨어품질기사(CSQE) 자격증까지 단숨에 땄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18년 국제검교정기술자(CCT) 등 4개의 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했다.
지난 7월에는 마스터 블랙벨트(CMBB) 자격시험에 합격하면서 세계 최초로 이 협회가 주관한 품질 관련 자격증을 9개나 보유하게 됐다. CMBB 자격증은 국내에 다른 취득자가 없고, 세계에서도 100여명만 가지고 있는 최고 수준의 혁신 전문가 자격이다. 박 프로는 “삼성SDI 내에 나를 뛰어 넘을 수 있는 많은 품질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