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지역 맞춤 전략 시대

입력 2019-08-25 16:21 수정 2019-08-25 16:32
롯데마트 지역 MD들이 지난달 서울 잠실 롯데마트 본사에서 열린 추석 선물세트 품평회에서 추석선물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롯데쇼핑 제공


유통업계도 지역 맞춤 전략 시대다. 어디에서나 같은 상품과 서비스로 소비자에 안정감을 줬던 대형할인점이 지방 점포마다 특색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와 접점이 큰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극대화해 온라인 업체와 차별화하는 모습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4월부터 20개 점포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해 왔던 자율형 점포 매출 신장률이 다른 점포 대비 3.5%를 높았다고 25일 밝혔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국내 점포 매출 성장률은 3.6%로 역신장한 것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뚜렷하다.

자율형 점포란 매장 내 상품과 점포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지점 권한을 확대한 것을 말한다. 롯데마트는 추석을 앞두고 자율형 점포에서 한 발 나아가 지역 상품기획자(MD) 조직을 신설했다. 산지와 상권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가 점포에 적합한 신상품을 기획·판매한다.

롯데마트 MD조직은 부산·영남 지역 27개 점포에서 판매될 추석 선물세트로 ‘기장 미역·다시마 세트’를 발굴했다. 롯데마트 울산점과 반여점 등에서 17년간 근무한 한 지역 MD가 기획한 상품이다. 원주점에서 판매되는 ‘치악산 배’ 세트와 광주·전북 일대의 담양 한우 떡갈비 세트도 지역 MD의 손을 거쳤다.

이마트 계열 기업형 슈퍼마켓(SSM) 노브랜드도 지역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노브랜드는 지역 상권 침해 논란으로 지역 사회로부터 끊임없이 반발을 사고 있다. 하지만 노브랜드가 운영하는 ‘상생스토어’는 상황이 다르다. 충남 당진 전통시장 등에 입점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오히려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마트는 일부 전통시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상생스토어 유치를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브랜드가 특정 지역 상권을 해칠 수 있는 상품은 판매하지 않기로 한 것이 주효했다. 전통시장에 입점한 지점에서는 축산과 과일, 야채 등의 상품은 입고하지 않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지점마다 운영방식과 판매 상품이 조금씩 다르다. 지역 상인들의 반발로 신규출점이 극도로 제한된 이마트로서는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