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그것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위해 북한을 감싸 돌면서도 ‘더 이상 자극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함께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면서 김정은이 약속을 깼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좋은 관계)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정은은 나에게 매우 솔직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미사일 테스트를 좋아한다”면서 “우리는 그런 단거리 미사일을 제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많은 나라가 그런 미사일을 테스트한다”면서 “우리도 며칠 전에 큰 테스트를 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약속 위반이 아니며 다른 나라들도 하는 시험이라며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24일 미사일 시험 발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뒤통수를 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김정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소개하면서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면 미사일 시험 발사도 중단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한·미 연합훈련은 지난 20일 종료됐으나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계속한 것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의 약속을 어기며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은 미국이 만족스런 조건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북·미 실무대화를 거부할 수 있다는 공격적인 신호”라면서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관계는 변할 수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북한에 경고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두둔하는 스탠스를 취하면서 북·미 실무협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북한이 친서 약속을 계속 무시한 채 추가 미사일 시험을 시도할 경우 한·미 연합훈련 종료 이후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더욱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