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부끄럽다, 조국 STOP”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선후배들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을 들었다.
서울대 재학생·졸업생들은 23일 오후 8시30분부터 서울대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앞 아크로 광장에 몰려들었다. 주최 측 추산 500여명이 모였다. 대학생과 직장인은 물론이고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 머리카락 곳곳이 희게 샌 중년까지 있었다. 모두 조 후보자의 선후배들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선배 혹은 후배인 조 후보자에게 실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시 촛불을’ ’조국이 부끄럽다’ ’조국 STOP’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지 못한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광장 계단에 앉았다. 반대편 손에는 촛불을 들고 결연한 표정으로 구호를 외쳤다. “법무장관 자격없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 “학생들의 명령이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 “고교 자녀 논문 특혜, 지금 당장 반환하라”는 구호였다. “조국 특검”을 외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주최자 홍진우(공과대 화학생물공학부 대학원생)씨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홍씨는 “지금까지 드러난 수많은 의혹과 위선, 내로남불을 일삼은 조국 교수님의 모습에 우리 모두 실망했다”며 “앞에서는 정의를 외치고, 뒤에서는 온갖 편법과 위선을 일삼는 조 교수님은 법무부 장관의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 딸을 둘러싼 의혹도 거론했다. 홍씨는 “대학원생으로 연구실에 들어온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조 교수님의 딸이 논문을 24편 썼을 시간 동안 저는 한 글자도 못썼다”며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2주 만에 제1저자로 병리학 논문을 쓴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고 지적했다.
졸업생들도 발언대에 섰다. 조준현(사법학과 91학번)씨는 “변호사로, 로스쿨 조교수로 근무하면서 혹시 공격이나 불이익을 당할까봐 발언하기까지 솔직히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도 “고3 자녀의 학부모이자 교수, 일반 시민으로서 나 자신과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조씨는 “조 교수님의 의혹이 보도되면서 어떻게 내가 존경하고 믿었던 그 분이 본인이 비판한 기성세대와 똑같을 수 있나 실망감과 배신감이 컸다”며 “몇 년 전 우병우 선배를 법꾸라지라고 비판했던 조 선배는 수많은 반칙과 부조리를 비판할 때 적용했던 기준을 자신에게 적용해 달라.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참석자 즉석 발언에서도 “조국 교수는 법무부 장관에도, 서울대 법대 교수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졸업생·재학생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촛불집회 집행부는 이날 집회를 “서울대인의 자발적 집회”라고 강조하며 “특정 정단, 정치단체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집회 주최 측은 학교에 △절차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위해 입학 관련 서류 보관실 공개를 통한 문서 폐기 사실 증빙 △조 후보자 딸의 면접자 의견 및 평가기준표 제시 등을 요구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