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 깨기를 선언한 SK텔레콤 T1이 두 번째 시련을 통과했다.
SKT는 23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19 우리은행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포스트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 경기에서 샌드박스 게이밍에 세트스코어 3대 0 완승을 거뒀다. 이들은 이날 승리로 오는 25일 열리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진출했다. 세 번째 상대는 담원 게이밍이다.
올 시즌 SKT는 드라마틱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정규 시즌 초 5연패에 빠져 9위까지 내려갔다. 전열을 가다듬은 뒤에는 9연승을 달려 순위표 최상단까지 찍었다. 정규 시즌 최종 순위는 4위였다. 다시금 2연패를 기록했으나, 마지막 경기에서 샌드박스를 꺾어 가까스로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SKT가 챔피언 타이틀을 수성하기 위해서는 포스트 시즌 전 경기(와일드카드전, 플레이오프 1·2라운드전, 결승전)를 치러야 한다. SKT 선수들은 포스트 시즌 여정을 도장 깨기에 빗댔다. 9연승을 경험해본 이들은 “도장깨기도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도장 깨기 1단계는 지난 23일,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와일드카드전 맞대결이었다. 접전 끝에 2대 1로 승리를 거뒀다. 1세트를 비교적 쉽게 이겼으나, 이어지는 경기에서 ‘에이밍’ 김하람의 드레이븐에게 쩔쩔맸다. 3세트에 미드 키아나 카드를 꺼내들어 37분 만에 간신히 이겼다.
이어지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 경기 맞상대는 샌드박스였다. 아프리카전보다는 난이도가 쉬웠다. 2연속 레드 팀에서 플레이한 SKT는 밴픽의 이점을 잘 살렸다. 1·2세트 완승으로 승기를 잡은 SKT는 3세트에 제일 화끈한 경기를 펼쳤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샌드박스는 각개격파를 허용했다.
이번 포스트 시즌 ‘페이커’ 이상혁의 챔피언 폭은 인상적이다. 6세트 나서 모두 다른 챔피언을 선보였다. 순서대로 레넥톤, 니코, 키아나, 에코, 카사딘, 아칼리를 꺼냈다. 그는 23일 국민일보와 만나 “메타 변화도 있고 해서 미드 챔피언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준비도 해놨지만 이미 예전에 썼던 픽들이다. 어려움 없이 꺼냈다”고 말했다.
김정균 감독은 다른 포지션에서도 깜짝 픽이 등장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23일 경기 후 기자실을 찾아 “코치진이 챔피언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다. 선수들의 챔피언 폭도 넓다”며 “정글러도 신박한(신기한) 픽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페이커’ 이상혁은 경험보다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전제 경험이 많다 보니 상대 심리, 픽밴 전략을 어느 다전제 경험이 많아 상대 심리, 픽밴 전략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는 있다”면서도 “다전제 경험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매 경기 신중을 기하는 부분이 (승리에) 더 크게 작용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화정체육관으로 향하는 세 번째 관문은 더욱 무서운 문지기가 지키고 있다. SKT에 정규 시즌 1·2라운드 경기 전부 패배를 안겼던 담원이다. ‘너구리’ 장하권, ‘캐니언’ 김건부, ‘쇼메이커’ 허수로 이어지는 상체는 리그 최정상급으로 평가받는다. 이중 김건부는 이번 정규 시즌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했다.
SKT는 준비한 것을 토대로 정규 시즌 때와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다. 이상혁은 “포스트 시즌은 메타도 다르고, 우리가 준비한 것도 많다”면서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두 팀은 오는 25일 결승 진출 자격을 놓고 대결한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