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부산대 의대에서 장학금을 받은 대상자 중 유일하게 추천 방식이 아닌 학생 지정 방식으로 선정됐음이 밝혀졌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23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녀와 관련한 의혹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총학은 우선 “논란을 인지한 직후부터 대학본부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담당자에게 문의 등을 통해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노력했다”며 내부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입장 표명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의 딸 조모(28)씨는 부산대 의전원 1학년 1학기, 3개 과목 낙제로 유급됐다. 이후 2015년 10월 조 후보자와 조씨의 지도교수인 노환중 현 부산의료원장(당시 부산대 의과대 교수)은 부산대병원 행사장에서 한차례 만났다. 이 둘이 만난 바로 다음 학기인 2016년 1학기 조씨는 복학했고, 6학기 연속으로 개인 장학 재단에서 지급하는 ‘소천장학금’을 받았다. 소천장학금은 성적 우수자들도 1번씩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학은 “조씨가 받은 장학금은 소천장학회에서 지급한 ‘의과대학 발전재단 외부 장학금’으로 교외 인사나 단체의 기부금을 재원으로 하는 교외 장학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소천장학회는 장학금 지급 당시 조씨 지도 교수였던 노 교수가 만든 장학회로, 소천장학회에서 지급하는 장학금은 2014년부터 지급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학은 “소천장학회 장학금 추천 방식은 추천 또는 지정으로 나뉘어 있다”고 설명했다. 총학은 “추천 방식은 장학 재단에서 정한 일정 기준(성적, 가계 형편 등)에 따라 의과대 행정실에서 추천받아 해당 재단에서 승인받는 방식이며, 지정 방식은 재단에서 특정 학생을 지정해 지급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씨만 유일하게 장학생으로 지정돼 장학금을 지급받았다고 밝혔다. 총학은 “2014년과 2015년, 2019년에는 장학 재단의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학생들을 의과대로부터 추천받아 장학금을 지급했다”고 했다. 하지만 “조씨가 장학금을 지급받기 시작한 2016년 1학기부터 2018년 2학기까지, 총 6학기 동안 조씨만 유일하게 지정돼 장학금을 지급받았다”고 한다.
부산대 학칙도 거론했다. 총학은 “부산대 의전원 의과대학 장학생 선발 지침 제10조 1항에 따르면 의과대의 외부 장학금은 성적에 관계없이 지급할 수 있다”고 했다. 조씨가 성적이 낮았음에도 문제없이 수령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총학은 “장학금 지급을 결정하는 것은 해당 교수님의 재량이라 하더라도, 유급을 당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국민과 많은 학생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학본부와 의전원에 정확한 진실을 밝혀달라고도 촉구했다. 총학은 “저희가 파악한 사실 외에도 조 후보자 자녀에 대한 의혹들이 존재한다”며 “국민적 관심이 크고 학우들의 큰 박탈감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본부와 의전원이 해당 사안을 철저히 조사해 주시길 촉구하며,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총학은 문제에 앞장서서 대응해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당시 조씨를 선정해 장학금을 지급한 노 원장은 지난 22일 유급된 조씨를 격려하려고 장학금을 줬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원장은 “소천장학금은 학업에 대한 격려를 목적으로 2014년 개인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씨는 당시 유일한 1학년 지도 학생이었다. 2015년 1학년 1학기에 유급된 뒤 2016년 다시 1학년으로 복학했지만, 자신감을 잃고 학업을 포기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격려 차원에서 ‘유급만 당하지 않는다면 장학금을 주겠다’라고 약속했고, 조 후보자 딸이 이후 6학기 동안 유급 없이 진급해 장학금을 수여했다”고 해명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