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빌미로 공세에 나섰다. 일본은 대한(對韓) 수출 규제가 시장 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으로 지금까지 수세에 몰렸었다. 이제 일본은 한·일 갈등이 안보 분야로 옮겨간 책임을 우리 측에 떠넘기며 ‘한국 때리기’에 나설 태세다. 미국과 더욱 밀착할 가능성도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청구권협정 위반 해소를 포함해 신뢰관계를 회복하고 약속을 지켰으면 한다”며 “국가 사이의 약속을 지키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소미아 파기와 관련해서는 “일본은 동북아 안보환경과 관련해 일·미·한 공조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관점에서 대응해왔다”고 말했다.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고노 다로 외무상과 한 시간 가까이 협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소미아 파기 이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베 총리는 “앞으로도 미국과 확실히 공조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고 일본의 안보를 위해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소미아 파기로 한·일 안보협력에 차질이 빚어짐에 따라 미·일 공조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도 “(지소미아 파기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거듭하는 등 현재 지역 안보환경을 완전히 오해한 대응”이라며 “실망을 금치 못하며 지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와야 방위상은 “북한이 여러 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는 가운데 양측은 유용한 정보를 교환해왔다”며 “안보에 지장이 전혀 없도록 일·미 관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아베 총리는 G7 회의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양자회담을 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를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미국과 밀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한·미 동맹 균열론이 돌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지소미아 파기 이후 일본이 제공한 북한 미사일 정보를 한국에 전달할 때 안보상의 이유로 일부를 가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비밀 정보를 한국 측에 직접 전달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