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승무원들, 기도 막힌 아이 생명 구해

입력 2019-08-23 13:36

대한항공 기내에서 승무원들이 기도가 막혀 호흡 곤란에 빠진 12세 아이를 구한 사실이 전해졌다. 승무원들의 신속하고 포기하지 않는 대처가 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23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을 떠나 일본 오사카로 향하던 대한항공 KE739편 보잉777-200 항공기 안에서 일본인 어린이 승객 A(12)양이 기도에 뭔가 걸린 듯 호흡 곤란을 일으켰다. 옆 자리의 아버지는 깜짝 놀라 딸의 입 안에 이물질을 제거하려고 했으나 실패했고, 어머니는 큰 소리로 울먹이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 때 황급히 사고 현장에 온 승무원은 A양의 상태를 확인하고 기도에 이물질이 걸려 질식 상태에 빠졌을 경우에 필요한 응급처치인 하임리히법을 즉각 실시했다. 하임리히법은 양팔로 환자를 뒤에서 안 듯이 잡고, 배꼽과 명치 중간 공간을 주먹 등으로 세게 밀어 올려 이물질을 빼내는 응급조치법이다.

하지만 상황이 발생 뒤 5분이 지나도 승객의 호흡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호흡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사무장은 의사를 찾는 기내방송을 내보냈다. 당시 항공기에는 의사마저 탑승하지 않아 긴박한 상황은 계속됐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A양을 힘껏 일으켜 세우고 응급처치를 멈추지 않았다. 30회 이상의 강한 압박으로 응급처치를 이어갔다. 하임리히법을 멈추고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려는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승객의 흉부에서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소리가 희미하게나마 들렸고, 동시에 코와 입에서 ‘후’하는 소리가 나면서 환자의 호흡이 돌아왔다. 기적같은 순간을 맞은 승무원들은 A양이 호흡을 시작한 뒤에 의식을 찾을 수 있도록 기내 뒤쪽의 빈 공간에 환자를 눕혔다. A양은 승무원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을 보이는 등 빠르게 회복해갔다. A양의 기도를 막은 이물질은 어금니 유치 갑자기 빠지면서 기도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사무장은 운항 승무원을 통해 휠체어를 탑승구에 대기시킬 것을 오사카 지점에 요청하고, 기내 좌석 가운데 비어있는 가장 앞쪽으로 A양 가족 일행이 앉을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A양은 착륙 후 부축 없이 스스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대한항공 측은 그러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즉시 병원 응급실을 방문할 것을 안내했다.

대한항공은 모든 객실 승무원이 연 1회 정기안전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 교육 시간에는 응급 처치법, 심폐소생술(CPR),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 실습 등 기내 항공 응급 처치와 관련한 체계적인 훈련이 이뤄지고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