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사진)이 23일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우려를 표명했다. 에스퍼 장관은 오전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한·일 지소미아 파기로 인한 정보 제한 등 우려를 표명하며 “한·미·일이 안보협력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 장관은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다”며 “일본이 우리 정부의 여러 노력에도 무성의한 태도로 나와 불가피하게 종료 결정을 하게 됐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미 국방장관 통화는 한국 측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고 한다.
앞서 데이브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스트번 대변인은 “우리는 한·일 관계의 다른 분야에서 마찰에도 불구하고 상호 방위와 안보 연대의 완전한 상태가 지속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믿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만간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일본 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군 당국은 오는 11월 22일 지소미아가 효력을 잃게 되면 2014년 12월 체결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티사)을 통해 3국간 정보 공유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티사는 한·일 지소미아 체결 전 미국을 거쳐 한·일의 정보교환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한·일 지소미아 종료로 원활한 정보교환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소미아가 파기될 경우 신속한 정보 분석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한·일 지소미아가 파기됨으로써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소미아란
한·일 지소미아의 정식 명칭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이다. 한·일 간 군사비밀을 교환하는 절차와 교환된 정보 보호와 관리 방법 등을 규정해놓은 것이다. 이를 통해 2급 이하 군사비밀이 교환된다.
한·일 지소미아는 21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군사비밀을 제공받았을 때에는 그에 상응하는 비밀분류와 등급을 표시한다’(제4조), ‘군사비밀을 제공한 상대국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이를 제3자에게 누설, 공개 등을 해서는 안 되고,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제6조) 등이다. 교환된 군사비밀이 분실 또는 훼손됐을 경우 이행해야 할 조치도 규정돼 있다.
협정에는 정보 교환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이 없다. 또 한·일 양국이 비슷한 수준의 정보를 교환하도록 돼 있다. 한국은 미국,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스페인, 호주, 영국, 스웨덴, 폴란드, 불가리아, 우즈베키스탄, 그리스, 인도, 헝가리, 요르단, 일본 등 20개 국가와 지소미아를 맺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소미아는 교환된 정보를 자국의 정보와 마찬가지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양국은 2016년 1건, 2017년 19건, 2018년 2건 등 지소미아를 통해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정보를 29차례 일본과 교환했다. 모두 군사 2급 비밀이었다. 올해엔 7차례 군사정보가 교환됐다. 지난 5월부터 이뤄진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시험발사 중 5월 4일 발사를 제외한 모든 미사일 발사에 관한 정보 교환이 이뤄졌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에이태킴스(ATACMS·미국의 전술 지대지미사일) 등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에 대한 군사정보가 오갔다고 한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