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한국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신속한 이견 해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가 몇 시간 만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애초 낸 입장의 수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변화가 생긴 배경을 놓고 관측이 분분한 상황이다.
미 국방부는 22일(현지시간) 오후 1시쯤 데이브 이스트번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한일 관계의 다른 분야에 대한 마찰에도 불구하고 상호 방위와 안보 결속은 지속해야 한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며 “한일과 가능한 분야에서 양자·3자의 국방·안보협력 추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불과 몇 시간 전 나온 논평과 톤이 상당히 달랐다. 미 국방부는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이날 오전에도 이스트번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냈다. 당시에는 “한일 양국이 이견해소를 위해 협력하길 권장한다”면서 “양국이 이를 신속하게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었다.
미 국방부가 같은 사안에 대해 두 차례 입장을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몇 시간 만에 수위를 높인 논평을 내놓은 배경을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두 번째 논평을 발표하면서 ‘업데이트’라고만 제목에 명시했을 뿐 따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구태여 입장을 다시 내놓은 것이 최고위층의 생각을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애초 내놓은 입장 역시 국방부 내부의 논의를 거쳐 발표됐을 테지만 이후 이 정도로는 미국 정부의 태도를 충분히 표현할 수 없다는 식의 의견 제시가 고위급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그간 한일 갈등 속에서도 한·미·일 안보협력의 상징인 지소미아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거듭 당부해왔다. 이에 좀 더 강력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측의 물밑 요청이 있었는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시작하고도 지소미아 종료에 반대하며 외교 경로 등을 통해 정당성 확보를 위한 설득작업을 꾸준히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최근 한국을 방문하기 전 일본을 찾아 “그런 종류의 정보 공유가 계속되도록 권장할 것이다. 지소미아는 우리에게 핵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