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고등학생 시절 단국대 의대 인턴십을 하며 작성한 논문이 대학입학에 미친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만약 논문이 합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논란은 필연적으로 부정입학 의혹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아니라면? 논문에 이름을 올리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든 부정입학 의혹과는 무관해진다. 물론 논문 자체의 작성 과정을 따지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진실공방의 와중인 만큼 우선 논문이 합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부터 확인해보기로 했다. 우선 조 후보자 딸이 지원했다는 전형을 찾아봤다.
국민일보가 22일 2010학년도 고려대학교 수시모집 요강을 살펴본 결과, 세계선도인재전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능력은 어학이었다. 이 전형에 지원하려면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해야 한다. ▲TOEFL(IBT 110, CBT 270, PBT 637점) 또는 TEPS 857점 이상 성적 제출자 ▲AP(College Board) 3과목 성적 제출자 ▲6개 언어(독일어·러시아어·스페인어·일본어·중국어·프랑스어) 중 2개 이상 공인 제2 외국어 성적(자격증) 제출자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예 지원자격이 이렇게 제한돼있다. 모두 뛰어난 어학 실력이 없으면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어학 능력은 지원자격만 제한하는 게 아니라 1단계 평가에도 포함된다. 1단계 전형에서 40% 반영된다. 나머지 60%는 학교생활기록부와 별도로 제출한 서류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된다. 평가 기준은 ▲학업 성실성 ▲세계문화 소양 ▲리더십 ▲의사소통 능력 ▲공선사후 정신 ▲발전 가능성 등이다.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를 채택하고 있다. 조 후보자 딸이 단국대 의대 교수의 인턴쉽 프로그램을 통해 작성한 논문은 서류평가, 그중 자기소개서에 포함된다. 바로 자기소개서의 이 대목이다. “단국대학교 의료원 의과학연구소에서의 인턴쉽 성과로 나의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되었으며”라고 돼있다.
2009학년도 고려대학교 수시모집 요강에는 세계선도인재전형의 전신에 가까운 글로벌인재전형이 있었다. 이 전형으로 지원하려는 학생은 ▲TOEFL(IBT 110, CBT 270, PBT 637점) 또는 TEPS 857점 이상 성적 제출자 ▲AP(College Board) 3과목 성적 제출자 중 조건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이 전형은 어학 능력을 54% 반영했다. 글로벌인재전형 지원자도 자기소개서를 제출했지만 서류반영 비율은 6%, 나머지 40%는 논술이었다.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장은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2010학년도 고려대 수시 모집 요강을 분석한 뒤 “지원 자격과 학생 선발 방법, 그리고 이전에 시행했던 글로벌인재 전형 등을 고려해볼 때 고려대 2010학년도 세계선도인재 전형은 어학 특기자 전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미루어 생각해 보면 고려대 세계선도인재 전형은 자기소개서보다 외국어 능력을 좀 더 높이 평가하여 선발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적었다.
조 후보자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논문이 자기소개서에 잠깐 소개됐을 뿐 당락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치는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자기소개서에 언급된 만큼 논문 자체가 당락과 무관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자기소개서에 한줄 언급된 것만으로 그 영향은 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논문 자체, 혹은 논문에 이름을 올리는 과정에 중대한 문제가 발견된다면 부정입학 여부와 무관하게 비난 여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예비의사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은 22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고등학생이 2주간 인턴 활동을 통해 국내 학술지에 제1저자로 등재된 사안은 통상적인 논문 작성 및 기고 방법과는 분명히 괴리가 있다”며 “입학 사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