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에게 지급되는 복지포인트는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복지포인트를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는 노동계의 소송이 전국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대법원이 처음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2일 서울의료원 근로자 강모씨 등 548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등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복지포인트는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고, 그 결과 통상임금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 8명은 “복지포인트의 전제가 되는 선택적 복지제도는 근로복지기본법에서 정한 제도”라며 “근로복지기본법은 근로복지의 개념에서 임금을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택적 복지제도는 근로자의 임금 상승이나 임금 보전을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니라 기업 내에서 새롭게 만든 복지체계”라며 “복지포인트는 임금이라고 보기에 적절하지 않은 특성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복지포인트의 사용 용도가 제한돼 있는 점, 통상 1년 내 사용하지 않으면 이월되지 않고 소멸하며 양도 가능성이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다른 대법관 4명은 “계속적, 정기적으로 배정되고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사용자 배정의무가 지워져 있는 복지포인트는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이라고 봤지만 소수의견에 머물렀다. 김재형 대법관은 “사용자가 배정한 복지포인트 중 근로자에 의해 실제로 사용된 복지포인트에 해당하는 금액만큼만 임금 지급이 최종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서울의료원은 직원 전용 온라인사이트나 복지가맹업체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복지포인트를 매년 지급해왔다. 연장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을 지급할 때엔 이러한 복지포인트를 제외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강씨 등은 2013년 복지포인트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복지포인트를 포함해 다시 계산한 법정수당 21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서울의료원 측은 “호의적, 은혜적으로 제공하는 것일 뿐 소정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1심과 2심은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대법원에는 복지포인트 통상임금 인정 여부 사건이 20여건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급심 판단은 사건마다 제각각이었다.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복지포인트의 임금성 및 통상임금성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논란을 정리해 향후 동일한 쟁점이나 유사한 사안의 해석 지침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