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 한국 여행객 수가 감소했다는 공식 통계가 나오면서 일본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인이 많이 가는 일본 현지 관광업계 종사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일본 정부에서도 한국과의 교류를 강조하거나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2일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규슈나 홋카이도 관광업 관계자들의 비명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관광청은 전날 ‘방일 외국인 동향’(추정치) 7월 통계를 발표했는데, 한국인 여행자 수는 56만1700명으로 1년 전(60만7953명)보다 7.6% 감소했다. 중국 여행객의 급증 등의 영향으로 전체 방일 외국인은 5.6% 상승했지만, 한국인이 많이 찾는 지역에서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아사히신문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자가 2개월 만에 감소했다”며 “한국 여행객들의 여행지 다양화와 한국 경체 침체, 한·일관계 악화로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일본 관광청의 설명을 전했다.
한국과 규슈를 잇는 고속선 운항 기업 ‘JR고속선’에 따르면 일본 연휴인 오봉 기간 중 고속선을 이용한 관광객은 전년 대비 70% 급락해 833명에 불과했다. 한 관계자는 “(한·일 갈등으로) 한국인 신규 예약이 줄어들게 됐다”며 “한·일 관계가 좋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요미우리는 방일 한국인 감소가 일본 정부가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목표로 내세운 ‘2020년 방일 관광객 4000만명’ 목표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또 여행객 감소는 지방에선 ‘죽고 사는’ 문제라며 “지방 관광지에서 한국인 감소로 인한 경제적인 피해가 크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관광을 통한 지방창생’을 내걸 만큼 관광에 지역경제가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향후 방일 한국인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나루세 미치노리 일본총합연구소 부주임연구원은 “7월분은 일·한 관계의 악화가 확대하기 전에 예약한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8월 이후 한국으로부터의 방문객 수 감소가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일본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규칙을 따르고 있다”며 “한국이 냉정하게 반응했으면 좋겠다. 불매운동 등으로 확대해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산케이신문이 이날 전했다. 고노 다로 외무상도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일 교류사업 취소 및 불매운동 등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오히려 이런 때이므로 국민 교류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