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는 조선시대 관찰사가 지금의 전북과 전남․제주를 총괄하던 전라감영이 있던 곳이다. 1884년 11월 10일 전라감영을 방문한 미국 무관 조지 클레이턴 포크(1856~1893)는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그는 다음날 받은 아침 밥상을 그림까지 그려 소개했다.
‘콩이 섞인 쌀밥’ ‘무를 썰어 넣은 소고기 계란국’ ‘구운 닭’ ‘소고기 조각’ ‘김치’ ‘조개젓과 굴젓’…. 조지 포크는 둥그런 밥상에 담긴 17가지의 음식을 그림까지 그려 자세히 설명하고 이렇게 적었다. “아침 10시에 엄청난 밥이 도착한다. 감사(관찰사)가 특별히 나에게 보내준 것이다. 가슴까지 차오르는 밥상.”
‘맛의 고장’ 전주가 조선시대 전라관찰사 밥상과 전라감영의 외국인 손님 접대상·연회 문화 등의 복원에 나섰다.
전주시는 23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전라감영 관찰사 밥상 연구 세미나’를 연다고 22일 밝혔다.
전라관찰사 밥상과 조선말 전라감영을 방문한 외국인 손님에게 차려낸 상차림은 어떠했는지 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송영애 전주대 식품산업연구소 교수는 ‘전라감영의 관찰사 밥상과 외국인 접대 상’을 주제로 발제한다. 김남규 전주시 의원을 좌장으로 장명수 전북대 명예총장과 김미숙 한식진흥원 팀장, 김영 농촌진흥청 연구관 등이 패널로 참여해 토론한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전라감영의 관찰사 밥상이 개발돼 사진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송 교수가 ‘세종실록지리지’와 ‘성호사설’, ‘완산지’ 등에서 찾아낸 전주의 대표 식자재와 전라감사를 지낸 유희춘의 ‘미암일기’와 서유구의 ‘완영일록’에서 찾은 전라감영의 음식문화 등 총 19개의 고문헌에서 찾은 결과물을 바탕으로 다시 차린 밥상이다.
또 135년전 조지 포크가 받았던 아침상이 재현되고 ‘상 다리가 부러졌을’ 저녁 연회상이 그림으로 묘사될 예정이다.
송 교수는 “음식과 관련된 고문헌이 전무한 전주에서 미국인이 기록한 전라감영에서 대접받은 아침밥상은 전라감영의 음식문화를 알 수 있는 최고(最古)이자 최초(最初)의 기록”이라며 “다른 지역 감영에선 발견되지 않은 전라감영의 주안상, 연회 문화 등이 있어 그 가치를 더해준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오는 10월 전주비빔밥축제에서 관찰사 밥상과 외국인 주안상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전주는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다. 이번 세미나는 전주의 음식문화의 기원을 탐색해 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