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가계 빚 증가율이 4.3%로 15년 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줄고 있다. 하지만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가계 빚은 1556조원을 넘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분양·입주 물량 증가에 따라 집단대출과 전세대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2일 ‘2019년 2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서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556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가계신용은 가계부채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금융회사에서 빌린 대출(가계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 금액(판매 신용)을 합친 금액이다. 가계부채는 1년 전보다 63조7000억원(4.3%) 증가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2004년 3분기(4.1%) 이후 14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전년대비 증가율은 2~3년 전만해도 두 자릿 수였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포함한 정부의 대출규제에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 소득에 비해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여전히 높다. 올해 1분기말 기준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잠정)은 3.6%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8.1%다.
가계부채 증가폭은 1분기(3조2000억원)와 비교하면 상당히 커졌다. 아파트 분양, 입주물량이 대폭 늘어나면서 집단대출이 늘었고 전세자금 수요도 지속된 영향이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분기말 73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9조원 늘어 전분기(7조원)대비 증가폭이 늘었다.
저축은행, 협동조합, 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31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3조5000억원)에 비해서는 증가전환했지만 5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비은행 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정부 규제 여파로 2조2000억원 감소한 반면 기타대출이 2조7000억원 증가 전환했다. 보험사 등 기타금융기관에서 나간 가계대출은 1조6000억원 늘어난 417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