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의 가치를 내세웠던 문재인정부가 ‘공정의 역습’으로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과거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단일팀 문제로 20·30세대의 예상치 못한 반발에 부딪히며 지지율 이탈을 경험한 바 있다. 이번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특혜 논란이 일면서 현 정부는 다시 한번 ‘공정’의 문제와 마주하게 됐다.
문재인정부의 정체성은 시작부터 공정의 가치와 밀접하게 닿아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정유라 특혜로 불거진 불공정 논란을 보며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촛불집회를 열었다. 문재인정부는 이런 흐름 속에서 보수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하는 데 성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연설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공정의 가치를 내세우며 정책을 폈지만 그때마다 오히려 불공정하다는 반발에 부딪혔다. 취임 직후 인천공항 비정규직을 직접 만나 업무지시 1호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지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20·30세대는 공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불공정하다며 대통령의 지시를 거세게 비판했다. 정부가 ‘인천공항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고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율은 30%대에 머물고 있다.
두 번째는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이다. 당시 올림픽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남북 단일팀이 결성되자 20·30세대는 분노했다. 이들은 개인의 노력이 국가에 의해 침해당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며 비판했다. 지난해 2월 2일 한국갤럽이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해 ‘잘못한 일(50%)’이라는 응답이 ‘잘된 일(40%)’이라는 답변을 넘어섰다.
문재인정부의 국정 지지율은 이때 처음으로 60%대 밑으로 떨어졌다.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의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에 있는 건 아니다”라는 발언은 20·30 세대의 가슴에 불을 더 질렀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우리는 지난겨울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위해 촛불을 들었고, 이번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공정함에 대해 다시 성찰하게 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 딸의 특혜 논란으로 20·30세대를 주축으로 시민들은 다시 공정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조 후보자의 딸이 고등학생 때 의학 논문의 제1 저자로 등재되고,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석연찮게 장학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조 후보자가 문재인정부의 ‘공정’을 상징하는 인물인 만큼,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21일 “조 후보자는 한 사람의 장관 후보가 아니라 문재인정부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며 “경우에 따라 낙마를 하게 돼도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이런 여론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다간 야당과의 관계가 진짜 파탄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번 논란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유권자들로부터 조 후보자 자녀 관련 뉴스와 각종 항의를 담은 문자메시지 등을 받고 있다며 여론의 동향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의원은 “국민감정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청문회 전이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후보자가 빨리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