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안 판다는 덴마크에 트럼프 “정상회담 연기” 통보

입력 2019-08-21 17:2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매를 둘러싸고 미국이 덴마크에 횡포를 부리고 있다. 그린란드 매입에 관심을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매도에 반대하는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연기한다고 밝혔다고 21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앞서 프레데릭센 총리는 “그린란드는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덴마크는 놀라운 사람들로 가득한 매우 특별한 나라지만, 프레데릭센 총리의 발언을 보면 그는 그린란드 매입 논의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나는 2주 뒤로 예정된 우리 회담을 다른 시일로 미룰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올린 후 미 백악관도 다음 달 2~3일로 예정돼 있던 트럼프 대통령의 덴마크 방문이 모두 취소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덴마크 방문 일정에는 마르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과의 만찬도 포함돼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연기 발언은 앞서 프레데릭센 총리가 “덴마크를 팔 수 없다”고 말한 데 따른 대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백악관 참모에게 그린란드 매입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그린란드는 전략적 장소다. 부동산 매입을 잘 아는 대통령(트럼프)이 살펴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그린란드 합성 사진. 트위터 캡처.

그는 또 지난 19일 작은 주택이 모여있는 그린란드 해안 마을에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재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이 들어선 합성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며 그린란드 매입에 노골적인 관심을 보였다. 그는 사진과 함께 “그린란드에 이렇게 하진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썼다.

이에 지난 18일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그린란드를 방문해 “그린란드는 매각 대상이 아니다”라고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는 “그린란드는 덴마크 것이 아니다.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의 것”이라며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검토가 진지하게 논의되는 게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그린란드는 18세기 초반 덴마크 영토로 편입됐고 지난 2009년 주민 투표로 자치권을 얻었다. 외교와 국방, 통화 정책 등은 덴마크에 의존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사려는 이유는 막대한 광물 자원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보도한다. 북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있는 그린란드는 면적이 210만㎢다. 인구는 5만 6000명으로 대부분 원주민이다. 덴마크는 매년 그린란드 전체 세입의 절반을 웃도는 5억6000만달러(6800억원)의 예산을 그린란드에 지원하고 있다.

그린란드에 네오디뮴, 프레세오디뮴, 디스프로슘, 터븀을 비롯해 수많은 양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고 한다. 이 희토류는 반도체, 레이저 등 첨단 제품의 생산에 필수적이다. 전 세계 생산의 80%가 중국에서 생산돼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무기화하려하는 자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자원 매장량과 입지 등을 고려해 그린란드 매매가를 1조1000억달러 이상으로 산정한 바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