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북관계도 상반… 北, 美엔 거리두고 中과 밀착

입력 2019-08-21 16:39 수정 2019-08-21 16:46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최근 발언과 행보가 상반돼 눈길을 끈다.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이 진척되지 않는다며 서둘러 협상테이블로 나오라고 촉구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여전히 북핵 문제가 정치해결의 궤도에 있다고 봤다. 또 미국이 미국인 북한 여행 금지조치를 1년 더 연장한 데 반해, 중국이 쌀 80만톤을 북한에 지원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CBS와의 인터뷰에서 “기대했던 만큼 빠르게 북한과의 협상테이블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내내 명확했다. 길이 울퉁불퉁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을 제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들이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테이블에 나와서 더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고 말해 실무협상 재개를 거듭 촉구 하고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답변은 피하는 대신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역내에 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20~22일 한국을 방문 중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사진=AP연합뉴스

한·미연합훈련이 종료된 20일에 맞춰 방한한 비건 특별대표는 21일 “북한의 카운터파트(대화 상대방)로부터 듣는 대로 실무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실무협상에 응할 것을 요구한 미국의 요구에 대해 북한이 불응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실제 북한은 이날 미국이 한반도 정세 악화의 원인이라고 비난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우리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조치는 정당하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의 변함없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은 우리 국가를 잠재적, 직접적 위협들을 제거하기 위한 자위적 대응조치들을 취하는 데로 떠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종료된 한·미연합훈련과 한국 정부의 미국산 최신 무기 도입을 거론했다. 신문은 “미국의 무분별한 전쟁연습 소동과 무력증강 책동으로 조선반도와 지역 정세는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합동군사연습과 같은 반공화국 소동이 조미(북미)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우리가 취한 중대조치들을 재고려하는 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한두 번만 경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힘의 대결을 반대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미관계를 개선하고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는 것은 우리의 일관한 입장”이라며 대화의 여지는 남겨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신화연합뉴스

북·미 관계가 소원해진 데 비해, 북·중은 스킨십을 늘려가며 친밀함을 과시하는 모습이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북핵 문제가 여전히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고 신화망과 인민망 등이 이날 보도했다.

왕 외교부장은 전날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차 방중한 강경화 외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북·미 협상이 조속히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북한 핵문제가 아직 정치 해결의 궤도상에 있다”며 “각 당사자가 서로 다가가면서 적극적으로 교감을 갖고 이해를 증진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일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북한과 중국의 군 수뇌부가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북·중 우의와 군사 협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 18일 장유샤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전날 베이징에서 김수길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만나 “북·중 간 전통 우의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일본 아사히신문은 20일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난 6월 방북을 계기로 약 80만t의 쌀을 선박 편 등으로 북한에 보낼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으며, 별도의 기사에서 중국 정부가 시 주석 방북 후에 북한으로 가는 관광객 수를 500만명으로 늘리도록 여행사 등에 지시했다고도 전했다.

반면 미국은 지난 19일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1년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2017년 9월부터 북한 여행을 금지해왔다.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귀환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숨진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태에 따른 조치였다. AP통신은 “북핵 협상이 교착된 상태에서 이번 조치가 나왔다”고 분석하며 협상 카드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