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서울역 이동시간 82분→27분
수도권 ‘등뼈’ 교통망 GTX 전 노선 예타 통과하며 사업 ‘급물살’
“수도권 광역교통망 완성해 서울 집중 문제 해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다. 수도권 광역교통망의 핵심축인 GTX 전체 노선 착공도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다. 민간 제안 등 추진 논의를 시작한 지 10여년 만에 모든 사업이 궤도 위에 올라선 것이다. 이르면 2022년 A·B·C노선이 모두 공사에 들어갈 전망이다. 정부는 GTX라는 ‘등뼈’를 중심으로 지하철, 급행·간선도로를 연결해 수도권 교통난을 해소할 계획이다. 광역교통망 주요 사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면 경기 부양, 일자리 창출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본다.
정부는 21일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심의 결과 GTX B노선 사업이 예타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GTX는 지하 40~50m 이하 대심도에 건설되는 철도다. 직선 구간 위주로 각 역을 연결해 최고 시속 180㎞까지 달릴 수 있다. 역별 정차시간을 포함한 평균속도(표정속도)도 시속 100㎞에 달한다.
특히 B노선은 서울 중심지(여의도)를 통과하는 데다, 수도권의 동서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핵심축으로 여겨진다. 5조7351억원(3기 신도시 개발계획 포함시)을 투입해 인천 송도부터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까지 80.1㎞를 잇는다. 현재 인천 송도에 별다른 철도망이 깔려있지 않아 B노선은 인천 지역 교통난을 해소하는 ‘중추신경’이 될 전망이다. 송도에서 서울역까지 소요 시간은 현재 82분에서 27분으로 단축된다.
3기 신도시 포함시켜 ‘기사회생’
B노선의 기존 계획(송도~청량리)은 사업성이 떨어져 예타 문턱에서 좌절했었다. 2014년 2월 예타 결과에선 사업의 경제성을 뜻하는 비용 대비 편익(B/C)이 0.33에 그쳤었다. 이에 정부는 노선을 남양주까지 연장해 사업을 재기획했다. 2017년 9월부터 예타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정부가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남양주 왕숙지구(6만6000가구), 인천 계양지구(1만7000가구)를 통해 수요를 확충했다. 이번 예타에서 남양주 왕숙지구에 역을 신설하는 계획을 제출해 B/C를 1.0까지 끌어올렸다. 3기 신도시를 반영하지 않은 시나리오에서는 B/C가 0.97로 합격점(1.0)에 못 미쳤다.
종합평가(AHP)도 3기 신도시를 포함시켜 0.516에서 0.540으로 끌어올렸다. B/C가 1을 넘지 않더라도 국토 균형발전 등 사회·정책적 가치까지 반영한 AHP가 0.5 이상이면 사업이 타당성을 확보했다고 본다.
지난 4월 예타 제도 개편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부는 예타 개편안에서 지역 균형발전 항목을 아예 없애고 경제성과 정책성 2가지로 평가토록 했다. 이에 따라 B노선 사업은 생산·고용 유발효과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다 GTX C노선이 먼저 예타를 통과해 두 노선을 연계하면서 발생하는 편익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B노선이 교통 분산 및 고용 창출 효과도 충분하다고 본다. 3기 신도시를 포함할 경우 2030년 기준 하루 평균 29만명이 B노선을 이용할 것으로 추산된다. 승용차 통행량은 4만4000대 줄어든다. 건설 기간에 약 7만2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40년 운영기간에 약 4만5000명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남양주·구리시 등 교통여건이 열악했던 수도권 동북부 지역과 인천, 부천 등 수도권 서부 지역의 서울 도심 접근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민자적격성 검토를 거쳐 2021년 상반기까지 B노선 기본계획 수립을 마칠 예정이다. 실시계획 승인 등의 절차를 밟아 이르면 2022년 말 착공이 이뤄진다. 개통은 2025년 목표다. 국토부 관계자는 “B노선을 재정사업으로 추진할지 여부는 추후 민자적격성 검토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광역교통망 구축에 ‘가속도’
B노선이 예타 문턱을 넘으면서 모든 노선이 본궤도에 올랐다. 정부는 GTX를 조기에 완공할 방침이다. GTX를 등뼈로 삼고 노선마다 지하철 등 철도망, 간선도로를 연결해 수도권 교통난을 해소한다는 밑그림이다. 이 교통망이 완성되면 서울의 인구·경제 집중도가 낮아지고 1~3기 신도시 자족기능도 커질 수 있다고 본다.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 A노선(삼성∼동탄 포함 83㎞)의 경우 공사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현재 한국감정원을 통해 일부 구간의 보상업무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말 착공식을 개최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공사는 지연됐다. 그러나 보상이 필요한 구간 외에는 이미 땅고르기 작업이 한창이다. 다음 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굴착공사에도 들어설 전망이다. 정부는 2023년 완공을 목표로 뒀다.
또 정부는 C노선(양주 덕정∼수원, 74㎞) 착공을 앞당길 예정이다. C노선은 지난해 12월 말 예타를 통과한 지 반년도 되지 않아 민간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일반적으로 민자적격성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 이상 걸린다. 내년 9월로 예정된 C노선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최대 6개월 앞당기고, 내년 하반기 민간사업자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고시부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환경평가 등 관계부처 협의와 실시협약 등도 최대한 속도를 내 2021년 착공에 들어간다.
부처 간 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총사업비 약 13조원에 달하는 GTX 전 구간 건설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직제개편을 포함한 전담추진기구 구성을 추진할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도 국토부 및 지자체와 논의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전담반을 만들 예정이다.
황성규 국토부 철도국장은 “GTX 3개 노선이 모두 건설되면 수도권 교통지도가 완전히 새로워진다. 수도권 교통혼잡 문제를 대폭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을 완성하는 것이다. 기본계획 수립 등 각 노선의 후속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지어 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