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수출관리 허술하다더니, 北석탄 밀수선에 8번이나 뚫린 日

입력 2019-08-21 15:30

북한산 석탄의 밀반입·밀반출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한국 정부로부터 입항 금지 조치를 받았던 화물선 3척이 이후 1년간 일본을 수차례 드나들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국산 반도체 소재가 북한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안보상 우려를 구실로 한국에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취했던 일본이 정작 더 허술하게 대(對)북한 수출입 관리를 해온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일 선박 감시 국제연합단체인 ‘도쿄 MOU’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한국 정부가 지난해 8월 석탄 밀수 혐의로 입항을 금지한 화물선 4척 중 3척이 지난 1년간 최소 8차례 일본에 기항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한국 국정원도 북한의 밀수선이 지난해 수차례 일본에 입항했지만 일본 정부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의 화물선들은 일본을 거쳐 중국·러시아 등을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이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해 북한산 석탄의 수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재 위반 화물선이 일본을 우회 수출 경로상 중간 기항지로 활용한 것이다. 신문은 “북한이 제재를 회피하고 자국산 석탄을 우회 수출하기 위해 일본 항구를 이용하고 있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제제 대상 화물선의 기항이 허용된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관련 법 정비 지연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특정 선박 입항금지 특별조치법’에 따라 북한에서 화물을 실은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제3국 국적을 지닌 배의 경우 북한에 입항한 기록이 없으면 일본 입항을 규제할 수단이 없다. 앞서 일본에 기항한 문제의 선박들도 모두 중미 국가인 벨리즈 등 북한 이외 국적을 지니고 있었다. 실제로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 밀수선들이 일본을 기항한 8차례 모두에 출입 검사를 실시했지만 현행법으로는 출항을 금지할 위반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또 이번 사안과는 별개로 미국 정부가 제제 대상에 올린 선박도 지난해 두 차례나 일본을 기항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북한이 석탄 수송선을 최소 33척 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