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주권(24)은 2014년 신생팀 우선지명을 받아 2015년 1군 첫해부터 함께해 온 KT의 황태자다. 2016년에는 KT 창단 첫 완봉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 주권이 철벽계투로서 창단 첫 가을야구에 도전하는 KT 돌풍의 핵심이 됐다.
데뷔 후 단 한번도 5점대 미만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지 못한 주권은 지난해 평균자책점 8.39로 크게 무너졌다. 하지만 올시즌은 완전히 달라졌다. 풀타임 불펜으로 20일 현재 58경기 61⅓이닝을 던져 5승(2패) 21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08이라는 훌륭한 성적으로 KT의 경기 후반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 그런 주권을 2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났다.
주권의 기록은 시즌이 지나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6월 6일까지 평범한 성적(평균자책점 5.40)을 기록 중이던 주권은 이후 이달 20일까지 31⅓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0.86이라는 압도적인 투구를 했다. 주권과 팀 동료들의 활약에 힘입어 한때 최하위까지 내려갔던 팀은 어느새 진지하게 포스트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주권은 “우리 팀이 시즌막판까지 가을야구다툼을 하는 게 얼떨떨하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 할 수 있을 때 확실히 가을야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스프링캠프때 잘 준비하기도 했지만 감독님과 코치님이 관리를 잘 해주셔서 잘 버티고 있다”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지 않다”고 전했다.
주권은 올 시즌 대반전의 이유로 체인지업을 들었다. 주권은 지난해 약 16%였던 체인지업 구사율을 올 시즌 50% 이상으로 크게 올렸다. 주권은 “올 시즌 체인지업의 구위가 많이 올라갔다”며 “체인지업을 주로 쓰다 보니 다른 투수들보다 빠르지 않은 140km 초반의 직구로도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제 체인지업은 넣고 싶으면 넣고, 빼고 싶으면 뺄 수 있는 수준의 제구가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역 시절 체인지업으로 명성을 떨친 봉중근 KBSN 해설위원도 주권의 체인지업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봉 위원은 “주권의 체인지업 제구가 유독 좋아졌다. 체인지업을 통해 스트라이크와 유인구 모두를 던질 줄 안다”며 “확실한 승부구가 있으니 다른 구질이 더욱 빛을 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체인지업은 우투수가 좌타자를 상대할 때 유용한 구질이다”라며 “이강철 KT 감독도 좌타자 상대로 주권을 많이 올린다”고 덧붙였다. 어떤 상황이든 나가야하는 필승조의 역할에 부합하는 특징이다. 실제로 이 감독은 20일 키움 히어로즈전 6회초 2사 1,3루 위기에서 좌타자 서건창을 상대로 주권을 등판시켰다. 주권은 서건창을 땅볼로 잡아 위기를 벗어났다.
중요한 상황에만 등판하는 필승조에게는 자신감도 필수다. 주권은 “초반엔 ‘올라가면 어떡하지’하고 많이 긴장도 했지만 몇 번 나가다보니 마운드에 올라가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자신감의 또다른 원동력은 박승민 KT 투수코치의 한마디라고 한다. 주권은 “코치님이 맞더라도 스트라이크존에 세게 던지라고 하셨다”며 “농담인지 모르겠지만 스프링캠프 때부터 ‘세게 던져라. 143km 안나오면 2군 보낼 거다’라고 하셔서 마음 편히 세게 던지고 있는데 이게 도움이 된다”고 웃었다. 이어 “올 시즌은 지금처럼만 하면 될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수원=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