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국내 단기외채비율이 7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율도 4년 9개월 이후로 최고점을 찍었다. 다만 정부는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단기외채는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만기 1년 미만의 국내 채권 혹은 대출금으로 유동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 비중을 나타내는 단기외채비율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변동성에 따라 급격히 빠져나가는 외국인 자금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21일 ‘2019년 6월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을 발표하고 지난 6월말 기준 대외채무가 전 분기보다 215억달러 증가한 4621억 달러라고 밝혔다. 대외채권은 전 분기보다 184억 달러 증가한 9331억 달러였다.
대외채무 중에서 단기외채 비중을 나타내는 단기외채비중은 전분기보다 0.9% 포인트 상승한 30.3%로 나타났다.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을 나타내는 단기외채비율도 전분기 대비 2.8% 포인트 올라간 34.7%로 2014년 9월 말(34.2%)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상승폭은 2012년 2분기(3.2% 포인트) 이후 7년만에 가장 컸다.
한은 측은 올해 2분기 단기외채 증가 요인으로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 증가, 외국계 은행 지점의 영업용 자금 본점 차입 등을 꼽았다.
한은 관계자는 주요국 통화 완화 기대로 금리가 내려가면서 채권 가격이 오르다보니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외국인들의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예금 취급기관 외화차입금 증가는 외은 지점 위주로 증가했는데 이는 국내 원화 채권 투자 확대를 위해서 본지점 간 차입을 늘린 결과”라고 덧붙였다. 외국계 은행이 본점에서 자금을 차입할 경우에도 외채로 책정한다는 뜻이다.
다만 한은 측은 외국인의 국고채 투자나 외은지점의 차입금은 한국의 상환능력과는 관련성이 낮다고 말했다. 국고채와 통화안정채권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투자액이 늘면서 단기외채비율이 올라간 것이고, 순대외금융자산도 증가했기 때문에 대외건전성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뺀 순대외금융자산은 전분기 대비 260억 달러 증가한 4623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