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마 MBC 기자가 복막암 투병 끝에 별세하며 그가 생전에 남겼던 글이 재조명받고 있다.
이 기자는 지난해 말부터 페이스북에 투병기를 종종 올렸다. 그는 지난해 12월 ‘인생은 바람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기자는 이 글에서 “인생은 바람이다. 남보다 높은 지위에 있었다고, 낮은 지위에 머물렀다고, 남보다 돈이 많거나 적었다고, 우쭐거리거나 억울해하지 마라”라며 “한 갑자 넘게 살다 보니 오래 사는 것처럼 느끼지만, 휙하고 바람 한 번 불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렇게 잊히는 것이 인생”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래도 누군가 떠난다고 생각하면 주책없이 눈물이 흐른다. 사랑하는 이들을 남기고 홀로 먼 길 떠나는 나그네의 심정일까”라며 “인생은 바람이다. 돌아오지 않는 바람”이라고 글을 맺었다.
지난 2월에는 ‘현실’이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죽고 싶다. 엄마 품에 파묻혀 엉엉 소리내어 울고 싶다. 이제 육신의 고통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다”면서도 “살고 싶다. 철부지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을 보면 차마 떠나기 어렵다. 아이들과 티격태격하며 소소한 행복을 더 느끼고 싶다”라며 삶의 고통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현실은 두 가지 감정과 거리가 멀다. 잔인할 정도로 냉혹하다”며 삶과 죽음의 경계 어디선가 방향도 모른 채 떠돌고 있다. 무중력 상태라 아무리 허우적거려도 소용이 없다”고 적었다.
한동안 투병기를 올리지 않던 이 기자는 지난 6월 두 편의 글을 올렸다. 17일 페이스북에 “제 주변에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다. 지금도 그렇다”며 “(저는) 복 받은 사람이겠지요? 대신 제 마음의 부채가 너무 크다. 어떻게 해야 다 갚을 수 있을지…. 다들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또 일주일 뒤에는 초왕 항우가 최후를 앞둔 심정을 드러낸 시를 인용하며 “산을 뽑을 힘을 지니고 천하를 뒤덮을 기개를 자랑했던 영웅일지라도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우리와 똑같이 느끼는 심정은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간절함”이라고 적었다.
이 기자는 투병 중에도 정치 현실을 비판했고, 문재인 정부에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2017년 5월 기쁜 마음을 드러내면서 “국민이 장관 후보자를 최종적으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병문안을 위해 자신을 찾아온 그해 8월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지적했다. “기득권 세력이 경제적 과실을 독점하는 구조를 바꿔가자”라며 보수언론의 경제 논리도 종종 비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병문안을 왔던 지난 2월에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을 지지했고, 공영방송 사장 국민투표제를 제안했다.
이 기자의 암 투병 소식은 2016년 9월 20일 한겨레 논설위원 김종구씨 칼럼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병마와 싸워가며 자전적 에세이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를 출간했다. 함께 해직된 MBC 후배들의 복직을 위해 노력했다. 그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21일 오전 서울아산병원에서 고통스러웠던 투병 생활을 마무리하고 향년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