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희망연대 “반일·반한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반아베’로 뭉쳐야”

입력 2019-08-21 09:29 수정 2019-08-21 10:53

한일시민교류를 추진하는 ‘희망연대’ 시라이시 다카시(白石 孝) 대표는 21일 “현재 한일문제의 본질은 아베 정권의 일방적이고 비열한 문재인 정권에 대한 공격”이라며 “우리는 ‘반일·반한’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반아베’로 뭉쳐 반격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라이시 다카시 대표는 야마자키 마코토 의원을 비롯한 희망연대 회원들과 서울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아베 정권은 일본 내에 혐한의식을 부추기고 한국의 보수 반동세력과 연동해 문재인 정권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내우을 외환으로, 즉 소비세 인상과 연금 문제 등의 국내 문제에서 시선을 돌리게 하려는 비열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촛불정신에 의해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아베 정권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반아베로 뭉쳐 한일시민의 교류와 연대로 우호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시민들은 아베 정권의 의도를 간파하고 ‘반일’이 아니라 ‘반아베’를 명확히 내세워 반격하고 있다”며 “오히려 지금 요구되고 있는 것은 일본 시민사회가 아베 정권의 언행을 바로잡고 한일연대운동을 고조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로 일본 시민운동이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답을 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다카시 대표는 “일본 정부는 ‘신뢰 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됐다’며 8월 2일 화이트 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각의 결정을 했는데, 이는 WTO 규약 등 국제법 위반뿐만 아니라 한일 관계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려고 하는 일방적이고 비열한 행위”라며 “우리는 한일시민연대의 입장에서 8월 8 일 다른 8개 단체와 연대하여 공동 기자 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에 항의 호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원순 시장이 3월 3일 ‘정부가 잘못했을 때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양국의 시민운동’ 이라고 말한 것에 공감하며 현재 최악이라는 한일 정부 관계를 회복하고 새로운 우호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한일 시민 교류와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1910년 한일강제병합 등의 침략의 역사를 정확히 인식하고, 한일청구권협정이 일본이 준 혜택이라거나 한국대법원 판결은 협정을 무시하고 있다는 잘못된 역사인식을 일본 사회로부터 불식시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카시 대표는 “일본 언론이 너무 편향되어 아베 정권에 영합하고 의중을 헤아려 사실을 왜곡한 보도가 늘어나면서 여론을 잘못된 곳으로 이끌고 있다”며 “우리는 양심있는 언론 관계자와 시민들의 공동 작업으로 보도 조사 활동(팩트 체크 운동)을 수행하며,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일본 여론에 제대로 된 역사 인식에 기반한 사실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일관계를 회복하고 새로운 우호를 구축하기 위해 반일, 반한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반아베로 뭉치자는 제안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깨어있는 양국 시민들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힘찬 연대를 실천해주길 바라며 저도 모든 힘을 다해 함께 하겠다”고 화답했다.

박 시장은 “광장의 위대한 민주주의를 만들어온 대한민국의 시민들과 시민사회도 지금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아베 정부의 과거사 부정, 부당한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반대하고 그 수단으로 강력한 불매운동을 벌이면서도 그것이 일본 그 자체에 대한 반대와 적대가 아닌, 아베 정권과 그 부당한 경제보복조치, 그리고 군국주의 사고방식과 일방주의가 타겟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시장은 “아베정부의 부당한 경제보복조치는 오랜 시간 많은 위기와 갈등에도 불구하고 평화적이고 상생적으로 발전해온 한일관계를 얼어붙게 만들고, 일반적으로 확립된 자유무역의 국제적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교류를 계기로 우정과 평화가 지배하는 새로운 한일관계의 단초가 단단하게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며 “국가적 이익을 넘어서서 인류 보편적인 가치가 더욱 굳건해지고,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이제 우리는 왜곡과 갈등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현실을 ‘평화’와 ‘미래’로 돌려내야 한다”며 “새 시대의 역사를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시민에게서 나온다고 믿는다. 정치와 정권은 유한하지만 시민과 국민은 영원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