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트위터로 홍콩 시위 여론조작 의혹…펜스 “일국양제 약속 지켜라” 압박

입력 2019-08-20 18:01

홍콩 시위가 격화되자 시위대와 중국 본토 사이의 여론전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정부가 여론 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는 홍콩 시위를 깎아내리는 ‘작전’에 동원된 계정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캐나다에서는 친중국 호화 ‘수퍼카’ 시위가 벌어져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홍콩 시민들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시위의 정당성을 알리며 지원을 호소했다.

소셜 미디어인 트위터는 중국이 홍콩 시위에 대한 반대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정치적 불화를 조장 하기 위해 사용한 계정 936개를 찾아내 삭제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위터는 “이 계정들은 시위의 정당성과 정치적 위상 훼손을 위해 고의적이고 구체적인 시도를 했다”며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계정들이 국가가 후원한 조직적인 작전이라는 것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이날 삭제한 계정을 포함해 선전전에 연루된 전체 계정 수는 20만 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트위터는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매체가 유로로 트위터에 정치적 선전 메시지를 올렸다는 사실을 알고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됐다”며 앞으로 국가의 후원이나 통제를 받는 매체의 광고는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홍콩을 겨냥해 조직적인 허위 활동을 벌인 7개 페이지와 3개 그룹, 5개 가짜 계정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약 1만5500개 계정이 한 개 이상의 페이지를 팔로하고 있었고, 약 2200개 계정은 폐쇄된 3개 그룹 중 하나 이상에 가입해 있었다.


캐나다에서는 중국 교포들이 도심에서 고급 스포츠카를 앞세운 친중 ‘수퍼카 시위’를 벌여 비난을 받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페라리, 포르셰, 맥라렌, 애스턴 마틴 등 고급 스포츠카 수십 대가 밴쿠버와 토론토 시내 한복판에서 친중국 시위를 벌였다.

수퍼카 시위대는 창문 옆에 중국 오성홍기를 꽂거나 손에 들고 흔들었으며, 시끄럽게 경적을 울려대기도 했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세운 한 운전자는 오디오 볼륨을 최대한 올려 중국 국가를 계속 틀어댔다. 한 캐나다 시민은 “이것은 내가 본 최악의 ‘분노의 질주’”라고 꼬집었다.

이에 맞선 홍콩 시민들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홍콩 시위대는 전 세계 11개 언론사에 광고를 실어 국제사회가 홍콩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또 시위대가 즐겨 찾는 온라인 포럼 ‘LIHKG’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도 홍보전에 동원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1국가 2체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미·중 무역협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홍콩 시위대에 힘을 실어줬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디트로이트 경제 클럽’ 연설에서 “미·중 협상을 하려면, 먼저 먼저 1984년 중·영 공동선언에서 홍콩법의 완전성을 존중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말했듯이 홍콩에서 폭력적인 일이 벌어지면 우리가 (중국과)협상하기는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홍콩 시위자들은 그저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며, 중국에 오직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홍콩을 존중하는 1국가 2체제 약속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한편 주홍콩 영국 총영사관 직원이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돌아오다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홍콩 온라인 매체 ‘홍콩01’이 20일 보도했다.

영국 총영사관에서 투자 업무를 맡고 있는 사이먼 정(28)은 지난 8일 홍콩과 인접한 중국 선전으로 갔다가 돌아오던 중 연락이 끊겼다고 그의 여자친구 리 모 씨가 밝혔다 리씨는 그날 밤 10시쯤 ‘고속철에 탔다’는 문자를 보낸데 이어 ‘(홍콩과) 경계를 통과하고 있다’는 문자를 보냈지만, 이후 연락이 끊겼다. 리 씨는 그가 홍콩 내에 있는 고속철도 역인 웨스트카오룽 역에서 중국 공안에 억류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