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 위기 속 전북 전주가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 산업의 중심지로 우뚝 서는데 탄력을 받게 됐다.
전주에 효성첨단소재㈜ 둥지를 튼 효성그룹이 탄소섬유 산업에서 ‘글로벌 톱3’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앞으로 10년간 총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탄소섬유는 최근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큰 품목이어서 이번 투자 계획은 부품·소재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효성은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에서 개최한 ‘신규 투자 협약식’에서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효성은 현재 연 2000t 규모(1개 라인)의 탄소섬유 생산 능력을 2만4000t(10개 라인)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규모는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특히 이날 문 대통령이 협약식에 참석해 효성-전라북도-전주시간 투자협약 체결을 축하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해 관련 산업의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또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견제와 더불어 앞서 원천기술을 확보한 전북도와 전주시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이번 효성의 1조원 투자 협약과 문 대통령 참석을 계기로 전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설립에도 동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섬유는 자동차용 내외장재와 건축용 보강재는 물론 스포츠레저와 우주항공 등 첨단 분야에 이르기까지 철이 사용되는 모든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신소재로 알려져 있다. 항공, 우주, 방산 등에 사용되는 전략물자여서 기술이전이 쉽지 않고 독자 개발도 어려워 세계적으로도 기술 보유국이 많지 않다.
하지만 전북도와 전주시, 효성은 2011년 공동개발에 나서 탄소섬유 ‘탄섬(TANSOME)’ 개발에 성공, 2013년부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번째다.
전주시가 출자한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은 국내 유일의 탄소 전문연구기관으로 국가정책에 앞서 10여 년 전부터 탄소섬유에 대한 공동 연구개발과 투자를 진행, 주목받아 왔다. (국민일보 7월13일자 보도)
전북도와 전주시는 탄소산업과를 설치하고 조례까지 제정, 관련 산업과 기업을 적극 지원 육성해 왔다. 정부가 최근 부품·소재 분야에서 뒤늦게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섬유 산업은 지자체와 기업이 한발 앞서 대비책을 마련한 것이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