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기에 내몰린 서울 특성화고교가 대거 이름을 바꾼다. ‘상업·공업·산업고’ 대신 ‘의료·문화예술·외식고’ 등으로 새롭게 시작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초 특성화고 8곳 교명 변경을 승인했다고 20일 밝혔다. 바뀐 교명은 내년 3월 1일 새학기부터 쓰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구 경기여자상업고와 성북구 고명경영고가 서울의료보건고와 고명외식고로 새출발한다. 관악구 광신정보산업고와 강남구 단국공업고는 광신방송예술고와 단국대학부속소프트웨어고로 이름을 바꾼다. 은평구 동명여자정보산업고와 종로구 서울국제경영고는 동명생활경영고와 서울문화예술고가 된다. 노원구 인덕공업고는 인덕과학기술고, 강서구 신정여자상업고는 서울신정고로 개명한다. 다만 서울신정고는 일반고가 아니라 계속해서 특성화고로 남는다.
특성화고가 한꺼번에 교명을 바꾸는 것은 학령인구 감소, 취업률 하락 등으로 인기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70개 특성화고 중 절반이 넘는 38개교(54.3%)가 올해 신입생 모집 때 지원자가 모집정원보다 적었다. 작년 신입생 모집 때는 44개교가 미달사태를 겪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주요 인사들을 배출해 명문고로 불렸던 덕수고(옛 덕수상고)조차 2023년 경기상고로 통합될 정도다. 이에 특성화고들이 사회수요에 맞춰 학과개편을 진행한 뒤 정체성이 명확히 드러나도록 교명을 변경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고명경영고는 기존 외식경영과에 더해 디저트제과경영과와 카페경영과, 국제관광과를 신설하고 교명을 고명외식고로 바꿨다. 이 학교는 1954년 고명산업고로 개교한 뒤 1970년대 고명상업고, 1996년 고명정보산업고, 2014년 고명경영고 등 시대변화에 맞춰 이름을 바꿔 달았다. 서일국제경영고도 작년과 올해 각각 외식베이커리과와 뮤지컬연기과를 새로 만들면서 서일문화예술고로 교명을 변경했다.
이미지 개선을 위해 개명하는 학교도 있다. 웹크리에이터과와 생활체육과를 만들며 이름에서 ‘여상’을 뗀 신정여자상업고는 학생·학부모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교명으로 학교 이미지를 제고해 우수 학생을 유치하고 (교명이) 새 학과를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울의료보건고로 기존과 완전히 다른 새 이름을 선택한 경기여자상업고도 “주력분야로 특성화된 보건·간호 분야를 잘 표현하고 상업계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