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연봉을 뼈대로 한 광주형 일자리 합작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가 20일 출범했다. 지난 1월 말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우여곡절 끝에 투자협약을 체결한지 7개월여 만이다.
광주시와 현대차를 주축으로 한 합작법인은 이날 오후 2시 그린카진흥원 대강당에서 발기인 총회를 개최했다. 세계시장을 향해 힘차게 도약한다는 의미를 담은 ㈜광주글로벌모터스 초대 대표이사로는 박광태(76) 전 광주시장이 선임됐다. 14~16대(1992년~2004년) 3선 국회의원과 9~10대(2002년~2010년) 민선 광주시장을 지낸 박 전 시장은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주주총회를 겸한 발기인 총회에는 이용섭 광주시장과 이준영 현대차 상무, 송종욱 광주은행장, 지역 투자기업 대표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총회에서는 광주형 일자리 실현을 위한 합작법인의 명칭과 정관을 심의·의결했다. 이어 최대 투자자인 광주시와 2대 주주인 현대차, 3대 주주인 광주은행 합의로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임기 2년의 이사 3인 중 대표이사를 제외한 2인은 현대차와 광주은행이 추천한 인사가 맡도록 했다. 발기인 총회를 마친 시와 현대차는 이달 중 법인설립 등기를 마칠 예정이다. 합작법인의 자기자본금은 모두 2300억원으로 이중 21% 483억원을 1대 주주인 광주시가 그린카진흥원을 통해 우회 출자했다. 현대차는 19% 437억원을 출자해 2대 주주, 광주은행은 11% 260억원을 출자해 3대 주주가 됐다.
광주형 일자리 합작법인에는 전략적 투자자인 광주시와 현대차뿐 아니라 광주은행과 중견 건설업체인 중흥·호반·부영 등 34개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합작법인의 총 자본금은 5754억원으로 자기자본금 23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3454억원은 재무적 투자자인 산업은행 등 금융권에서 조달하게 된다.
광주형 일자리 실현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에 따라 노사상생과 사회통합을 위한 실험적 일자리가 제 궤도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노사민정 대타협을 전제로 한 광주형 일자리의 한 축인 노동계가 이날 총회에 불참해 ‘반쪽 총회’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은 이날 2대 주주인 현대차의 임원 선임에 동의할 수 없다며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광주형 일자리에 참여해온 광주지역 노동계는 현대차 출신 임원에 반대해왔다. 그런데도 광주시와 현대차가 이 인사에 대한 임원 선임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자 총회 불참을 결정했다.
윤 의장은 “반 노동계 인사가 이사로 선임되면 노동계와의 상생하기 위한 광주형 일자리 취지가 반감된다”며 “노사민정 대타협을 전제로 한 노사상생 광주형 일자리를 위해 이사 선임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광주형 일자리의 선도적 모델이 될 합작법인은 올해 연말 빛그린산단 62만8000㎡에 완성차 공장을 착공해 2021년 하반기에 양산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현대차로부터 위탁받은 1000cc경형 스포츠유틸리티(SUV)를 연간 10만여대 생산하게 된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존 완성차 공장 근로자 절반 수준의 적정임금을 유지하는 대신 정부와 지자체가 주택과 교육지원 등을 통해 일정 소득을 보전해주는 노사상생 일자리 창출 모델이다. 광주시는 완성차 공장이 문을 열면 정규직 1000여개를 포함한 1만여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발기인 총회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 광주시청에서는 제5기 노사민정 협의회가 구성됐다. 노사 상생도시 광주를 실현할 협의회는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의장, 최상준 광주경영자총협회장, 박재만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 등 민간위원 3명을 부위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용섭 시장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노사상생 광주형 일자리를 반드시 성공시켜 사회통합과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광주경제의 경쟁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