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20대들, 조국 자녀 의혹에 “이게 특권, 반칙 아니면 뭐냐”

입력 2019-08-20 16:19 수정 2019-08-20 16:59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한 건물로 들어서며 정책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과 관련해 장학금, 논문 의혹이 불거지자 20대 젊은층이 분노하고 있다. 이들이 문재인정부에 기대했던 공정, 정의의 가치를 배반당했다는 실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2년차 여성 직장인 박모(25)씨는 “그나마 조 후보자가 정치권에서는 괜찮은 인물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배신감이 크다”면서 “차라리 위장전입이라면 이해할 수준이겠지만 이번 일은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여권에 거는 기대가 크진 않았지만 이제는 다 똑같은 위선자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여권 지지자라고 밝힌 사회초년생 A씨(25) 역시 “이번 상황 자체가 너무 한심스럽다”면서 “이번 일 때문에 ‘위선적인 것보다 솔직하게 나쁜게 낫다’는 식의 냉소적인 주장에 힘이 실릴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젊은층이 주 이용자인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는 관련 글로 홍수를 이뤘다. 대부분은 조 후보자와 자녀의 처신을 비난하는 글이었다. 조 후보자가 내놓은 해명문에도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문재인정부 지지성향이 강한 커뮤니티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 이용자는 “해명까지 지켜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입장문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 “2~3년 전 최순실 사태로 우리 모두가 분노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절대 그냥 옹호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고 적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비난은 이어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조 후보자 딸이 입학한 외국어고도 해외에서 공부한 걸로 들어간 듯하고 외고에서는 남이 만든 논문으로 대학을 가고, 의전원에서는 유급해도 장학금을 받은 것”이라면서 “역시 일단 있는 집 자식으로 태어나야 한다”며 비꼬았다.

다른 이용자는 “해당 논문에 참여한 멀쩡한 다른 학생이나 연구원들은 국외 학술지 등재를 준비하다가 웬 고등학생의 입학자료 목적 때문에 연구가 국내 학술지로 돌려지고 저자 순위까지 밀렸을 것”이라면서 “이런 짓을 감내해야 되나”라고 분노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의 반발이 이번 정부에 걸어온 기대 때문에 더 커진 면이 있다고 봤다. 전명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재인정부가 기회의 균등과 공정성 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고 조 후보자는 그런 정부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었다”면서 “문 정부가 표방해온 가치를 지지해온 젊은층이 느끼는 배신감이 더 큰 듯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21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정문 앞에서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딸 입시비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조 후보자 자녀의 고입, 대입, 의전원 입학은 편법을 통한 입시비리의 종합판으로서 학생들의 정직한 노력을 유린한 추악한 입시비리”라고 비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