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美 대사, 국내 대기업과 비공개 회동…“기업들이 한·일 관계회복 나서달라”

입력 2019-08-20 15:29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0일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한·일 관계회복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까지도 한·일 갈등 국면에서 중재 역할에 소극적이었던 미국 측 태도를 고려해볼 때, 이번 회동을 계기로 미국이 ‘조정자’로 역할을 선회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해리스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30대 기업 CEO들과 한 시간가량의 비공개 조찬간담회를 가졌다. 해리스 대사는 이 자리에서 한·일 간 수출규제와 관련한 미국 측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관계 회복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양국의 기업이 접촉을 늘려 사태 해결에 나서달라는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전경련 관계자들과 만나 조찬 자리를 가졌다. 굳건한 한·미동맹과 긴밀한 경제적·인적 유대, 한·미·일 공조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는 해리스 대사 측 요청을 통해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시한이 24일이라는 점을 고려해 협정 파기 상황이 오지 않도록 기업인들이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28일 일본이 우리나라를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담긴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미국이 간접적으로나마 조정자 역할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있다.

일각에선 중국 베이징에서 21일 열리는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한·일 갈등에 중재자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시점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한·일 양국의 동맹국인 미국이 중국에 앞서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란 설명이다.

이날 회동에선 한·일 양국 간 갈등에 대한 미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하는 재계 측의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해리스 대사는 수출 규제 문제는 양국 간의 문제인 만큼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는 곤란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이날 간담회에는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의 부회장과 사장 등 CEO급 인사들도 참석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에 대해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2019 전경련 CEO 하계포럼’에 참석하려다 태풍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것을 계기로 비공개 조찬 간담회가 열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