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옥수수 통합 공정위 승인… 넷플릭스 뛰어넘나

입력 2019-08-20 13:40 수정 2019-08-20 14:20

지상파 3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푹’(POOQ)과 SK텔레콤의 ‘옥수수’ 간 통합이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을 얻었다.

공정위는 20일 푹과 옥수수의 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콘텐츠 차별 거래 금지’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OTT사업자에 대한 지상파 방송 VOD 공급 계약을 해지·변경하지 못하도록 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 조건으로 공급 협상을 하도록 했다. 또 지상파 3사의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무료로 제공 중인 실시간 방송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유료 전환하는 것을 금지했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는 기업결합이 완료된 날부터 3년간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두 서비스가 합치면서 통합 OTT ‘웨이브’(WAVVE)가 다음 달 출범한다. SK텔레콤과 지상파3사는 다음 달 18일 영업양수도와 신주 인수 절차를 마치고 통합 OTT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통합법인과 서비스명은 한류(K-wave)와 파도(Wave)의 의미를 담은 웨이브로 정해졌다.

SK텔레콤은 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웨이브를 운영할 통합법인 콘텐츠연합플랫폼의 지분 30%를 확보, 최대 주주가 된다. 지상파3사는 각각 23.3%씩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기존 옥수수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는 지상파 3사 콘텐츠연합플랫폼으로 이관된다.

웨이브는 옥수수 가입자 1000만명, 푹 가입자 400만명을 합해 총 14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국내 최대 OTT가 된다. 대규모 가입자 기반과 사전 확보한 일정 규모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SK텔레콤 측은 “기업결합이 조건 없이 승인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고려해 이뤄진 공정위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통합법인이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 지킴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과 지원을 다 하고, 다양한 미디어·콘텐츠 기업들과 함께 미디어 생태계 확장과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풍영 SK텔레콤 코퍼레이트센터장은 지난 2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초까지 웨이브를 포함해 1000만 명이 넘는 유료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규 동영상 서비스가 월정액 기반으로 최첨단 미디어 기술 경험과 프리미엄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한민국 대표 OTT 서비스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브가 추후 넷플릭스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와이즈앱 등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순 방문자는 지난 2월 말 240만2000명으로 작년 동월 79만9000명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넷플릭스 유료 사용자 중 20~30대 비율이 6월 기준 69%였지만 20~30대의 유료방송 가입률은 전 연령 대비 최저 수준이었다. 국내 OTT 시장이 단기간 내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비(非)방송 프로그램,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월트디즈니가 오는 11월 출시할 월 6.99달러(약 8470원)의 저가 OTT ‘디즈니플러스’가 내년 상반기 국내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웨이브가 글로벌 OTT에 대응할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웨이브는 이를 위해 지상파 3사의 콘텐츠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작하고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또 고객의 미디어 이용 패턴을 고려해 사용이 쉽고 단순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SK텔레콤의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을 적용한 실감형 미디어 서비스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웨이브가 넷플릭스를 견제하기보다 국내 중소 OTT와의 경쟁에 치중하며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 6월 푹의 월 이용자 수는 115만9037명으로 지난해 12월보다 46.1%(36만5759명)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올레tv모바일과 아프리카TV는 각각 2.3%와 2.2% 증가하는 데 그쳤고 네이버TV는 23.6%(65만9961명)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SK텔레콤의 이통 서비스나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TV(IPTV)를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의 웨이브 가입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일부 OTT의 요구에도 SK텔레콤의 이통시장 지배력이 OTT 시장으로 전가되는 것을 막을 조건은 부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