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3급인 세계랭킹 212위 이덕희(21)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본선에서 생애 첫 승리를 따냈다. ATP 투어 단식 본선에서 청각장애 선수가 승리를 거둔 것은 이덕희가 최초다.
이덕희는 20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 세일럼에서 열린 ATP 투어 윈스턴 세일럼 오픈 단식 본선 1회전에서 세계랭킹 120위인 헨리 라크소넨(27·스위스)을 2대 0으로 물리쳤다.
이덕희는 이번 대회에 3번 시드를 받고 출전한 세계랭킹 41위 후베르트 후르카치(22·폴란드)와 2차전에서 맞붙는다.
이덕희는 2014년 7월 국제테니스연맹(ITF) 퓨처스 대회에서 16세1개월의 나이로 단식 우승을 차지해 정현(23·151위)이 2013년 6월 세운 국내 최연소 퓨처스 대회 우승 기록(17세1개월)을 갈아치웠다.
2016년 7월 18세2개월의 나이로 세계랭킹 200위 이내에 진입해 정현이 갖고 있던 국내 최연소 200위 이내 진입 기록(18세4개월)도 다시 작성했다.
2017년 4월 세계랭킹 130위까지 오른 이덕희는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2·세르비아), 2위 라파엘 나달(33·스페인)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메이저대회에서 이덕희를 훈련 파트너로 초청하기도 했다.
ATP 투어 공식 홈페이지는 이덕희가 청각장애 선수 사상 최초로 투어 대회 단식 본선 승리를 거둔 소식을 메인 화면 첫 번째에 게재하며 “이덕희가 청각장애 선수들을 위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윈스턴 세일럼 오픈 측은 대회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ATP 투어 최초의 청각 장애 선수인 이덕희가 역사를 만들었다. 놀라운 이야기를 들어보라”며 인터뷰 영상을 올렸다.
투어 대회보다 수준이 한 단계 낮은 챌린저 대회에서 주로 활약한 이덕희는 생애 처음 투어 대회 단식 본선에 나섰다.
이덕희는 2017년 세계랭킹 93위까지 오른 라크소넨을 상대로 서브에이스 9개를 몰아쳤다.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따냈다. 2세트에선 일방적인 플레이를 펼친 끝에 승리를 가져왔다.
이덕희의 2회전 상대인 후르카치는 지난주 세계랭킹 40위에 오른 것이 개인 최고 순위다. 이달 초 마스터스 1000시리즈 로저스컵 2회전에서 세계랭킹 8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1·그리스)를 꺾기도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