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A씨(54·여)는 휴대전화로 ‘페이팔 해외결제 48만8000원’이라고 쓰인 문자를 받았다. 결제 사실이 없었기에 A씨는 문자를 보낸 곳에 전화를 걸어 문의를 했다. 전화를 받은 ‘상담원’은 곧 “환불과 경찰 신고를 도와주겠다”고 말을 건넸다.
A씨는 다음날 ‘사이버수사대’ 소속 경찰관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휴대폰으로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A씨가 원격조종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이후 A씨는 ‘검찰’과 통화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서울중앙지검에 전화를 했지만, 앱에 깔린 악성 코드때문에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도로 전화가 연결됐다.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아 넘어간 A씨는 계좌 비밀번호와 OTP번호 등을 알려줬고, 결국 3억2800만 원에 달하는 돈을 이체하고 말았다.
대전 지역 보이스피싱 범죄가 급증함에 따라 경찰을 비롯한 지역 내 7개 주요 기관이 범죄 피해 예방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대전지방경찰청은 20일 오전 10시 지방청 대회의실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예방을 위한 시민동참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는 대전경찰청을 비롯해 대전사랑시민협의회, 금융감독원 대전충남지원, 대전상공회의소, 농협 대전영업본부, 대전약사회 대전지부, 충남대 등 주요 기관단체의 대표도 참석했다.
올해 1~7월 대전지역의 보이스피싱 피해는 총 891건을 기록했으며 피해액은 1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대비 발생 건수는 148건(20.1%), 피해액은 70억 원(88.1%)이 증가한 수치다.
피해 유형별로는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이는 ‘대출형’이 전체 891건의 75%인 669건(76억6000만 원)을,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한 ‘사칭형’이 222건(73억9000만 원)을 기록했다.
피해자의 연령은 사칭형의 경우 20~30대 여성이 많았으며 대출형은 40~50대에 피해가 집중됐다. 성별은 남성 피해자가 52.2%를 기록해 여성보다 근소하게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금을 가로채는 방식은 계좌이체가 전체의 80.7%(719건)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사칭형의 경우 직접 만나 돈을 받아 가로채는 대면편취 방법이 56%(125건)를 차지했을 정도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처럼 피해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임에 따라 각 기관은 홍보활동과 함께 기관별 특성에 맞는 보이스피싱 예방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대전사랑시민협의회는 지역 내 기관·단체의 보이스피싱 예방활동을 지원하고, 금감원 대전충남지원은 ‘대전지역 금융사기예방협의회’를 중심으로 금융회사와 함께 피해예방 활동을 벌인다.
또 충남대는 학교 행사 시 피해예방을 위한 설명회를 여는 한편 홈페이지·통지서·SNS 등을 활용해 보이스피싱 교육을 강화하고, 대전상공회의소는 회원업체들을 대상으로 자체 홍보활동을 추진한다.
이밖에 농협 대전영업본부는 고액 현금인출자 112신고와 직원들의 피해예방활동 독려를, 대전약사회 대전지부는 약국을 찾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예방활동을 펼친다. 대전경찰은 앞으로 더 많은 기관·단체와 협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스피싱 범인들은 소중한 가족과 이웃의 재산을 빼앗아 가기 위해 끊임없이 사기 범행을 시도하고 있다”며 “보이스피싱 피해예방을 위한 기관단체의 활동방향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